11차 협상이 계속 미뤄지다 만료를 불과 석 달 남긴 시점에야 개시 되면서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연장’에 무게를 두고 협상 개시를 서두르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내년 미국 대선과 이번 한미간 협상이 향후 미국과 일본·독일간 방위비 협상에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로서는 최대한 체결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1차 회의때 새 협상대표 대신 곧 뉴욕총영사로 부임하는 장원삼 전 대표가 나섰던 것도 우리 정부의 의도된 ‘지연술’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 회의에서 양측이 협상을 올해 마무리 짓는다는 원칙을 공유하긴 했지만 통상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6~7개월, 특히 트럼프 정부들어 이뤄진 10차 협상이 11개월 반이나 걸렸던 것을 감안할 때 연내 타결이 가능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실상 불가능하며 상당 기간 협정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협정 공백이 생기면 주한미군 근로자 인건비 체불 등의 문제가발생하는데 이는 미국이 단골로 활용해온 카드다.
이에 따라 이번 11차 협상의 최대 쟁점은 결국 유효기간과 총액 및 연간 증가율이라는 평가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결국 이번 협상을 ‘한국으로부터 얼마를 받아냈다’는 식의 성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협상대표를 필두로 이번 협상팀에 기획재정부 출신 재정전문가들이 투입된 것도 이를 치밀하게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앞서 2월 10차 협정 가서명 이틀 뒤 각료회의에서는 “한국이 5억 달러(5600억원) 더 내기로 했다. 앞으로 몇년에 걸쳐 더 오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0차 합의금이 전년 대비 8.2%(787억원) 인상된 1조 389억원(약 10억달러) 이었음에도 ‘5억 달러 증액’이라고 잘못 말한 것인데 다음 협상에서 향후 5년간 매년 8.2%씩 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의도적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이번 11차 협정이 기존 액수에 5년간 매년 8.2% 인상으로 타결될 경우, 2024년까지 미국에 지불될 한국의 방위비 총액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해온 50억달러(약 6조원)와도 맞아떨어진다. 실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올해 분담금으로 50억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SMA에서 한국이 부담하기로 되어있는 기존 3개 항목(Δ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Δ군수지원비 Δ군사건설비) 외에 10차 협상에서 요구했던 전략자산 전개 및 연합훈련 비용과 주한미군 전체 인건비까지 포함해 추산된 금액으로 보인다.
미국이 10차 협상에서 ‘작전지원비’라는 명목으로 요구한 전략자산전개비용과 주한미군 인건비 등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한국이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도록 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원칙과 어긋날 소지가 있어 이 부분을 둘러싸고 한미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측도 역시 SMA항목이 아닌 주한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대응카드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나 실제 협상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동맹은 쉽다”는 발언으로 경제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동맹관을 드러낸 가운데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의 증액 압박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리스 대사는 9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결정을 지역 안보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는 “실수(mistake)”라고 말하며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반도 주변에서의 미국의 안보비용이 늘었다는 명분으로 이를 방위비 협상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2차 회의 일정과 관련 “발표드릴 사항은 지금 없다”며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협상 기한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은 상황에서 2차 회의까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데 본게임에 해당하는 이번 2차 회의의 무게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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