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요구 11분뒤 與 “간담회”… 무제한 변명기회 준 ‘셀프 청문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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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 확산]불쑥 밀어붙인 일방통행 간담회

청문회 이견 못 좁히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던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송기헌 의원(왼쪽)과 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청문회 증인 및 일정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 3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무산되자 여당은 결국 기습적으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청문회 이견 못 좁히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던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송기헌 의원(왼쪽)과 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청문회 증인 및 일정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 3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무산되자 여당은 결국 기습적으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동생, 전 제수씨 제외하고) 부인, 딸, 모친 증인 채택 모두 양보할 테니 법대로 인사청문회 하자.”(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전 10시 50분)

“한국당에서 오늘과 내일은 안 된다 하니 청문회는 무산이다.”(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송기헌 의원·오전 11시 41분)

“청문회가 열리길 기다렸는데 무산돼서 아쉽다.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오전 11시 45분)

“후보자가 국민께 소상히 밝힐 기회를 요청했고, 오늘 중으로 마련하겠다.”(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오전 11시 56분)

2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현실화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가족 증인을 양보하겠다”며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문회 일정을 더 미룰 순 없다”며 맞섰다. 합의가 결렬되자 조 후보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간담회를 자청했고 민주당은 낮 12시경 출입기자단에 간담회 가능성을 공지했다. 법사위에서 청문회 개최 협상이 결렬된 지 20여 분 만, 조 후보자가 간담회 개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지 불과 11분 만에 간담회 준비가 진행된 것.

민주당의 간담회 및 생중계 제안에 출입기자단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국회의원처럼 자료 요청 권한이 없는 언론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몇몇 언론사는 “오후 3시는 촉박하다. 질의 자료 마련 등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며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오후 2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김부겸 의원은 “적절치 않다”며 “왜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여기(국회)서 하느냐”고 거듭 반대 의견을 표했다.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당이 개입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간담회 소식이 전해지자 “인사청문회를 회피하고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주권자 권리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며 “특권과 반칙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국회를 후보자의 일방적인 변명, 기만, 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후보자의 개인 홍보 기획사냐”며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관련 법령을 검토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모두를 권한 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이승한 대변인은 논평에서 “셀프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오히려 역겨움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간담회 중 “민주당과 (간담회에 대한) 사전 교감은 없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민주당 말고 어디에 하겠냐”고 했다. “(청문회는 무산됐지만) 국회라는 공간에서 하는 게 나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여의도광장에서 할 순 없지 않냐”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후 3시부터 세 차례 휴식시간(총 1시간 40분)을 제외하고 6시간 20분 동안(오후 11시 현재 기준) 논스톱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 초 신년 기자회견이 100분 동안 진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상 초유의 ‘무제한 기자간담회’인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담회가 열린 만큼 여야 간 청문회 개최 합의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 이상 청문회 일정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자회견으로 국민께 직접 판단을 요구하는 자리”라고 했다. 다만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오늘 간담회가 청문회 대체 자리는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이후 여야가 합의하면 청문회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간담회에 맞대응하는 기자간담회를 3일 생중계해줄 것을 각 방송사에 요청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조 후보자의 거짓말을 지적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후보자 관련자들의 참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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