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골적 ‘위력 시위’…北 내부 안보 우려 불식도 노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6일 13시 56분


코멘트

"남조선에 엄중 경고 위한 무력 시위"
"앞에선 평화, 뒤에선 무기 반입…이중적"
"南, 지난해 4월 9월 자세 되찾길" 촉구
전문가 "北, 정치·군사적 목적 달성 의도"
北 "첨단무기 보유" "南 위협 제거" 선전
안전 보장 확고하다는 대내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포문을 열었다.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 지도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최신무기 반입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첨단무기체계’를 보유했다고 과시하며 안보 우려를 불식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25일 새벽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진행된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이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5일 새벽에 발사된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대 고도 약 50㎞의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를 그리며 약 600㎞를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실전배치를 앞둔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최대사거리로 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위력시위사격이 남측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 목적이 ‘북침’에 있다고 주장하며 “판문점선언 군사분야이행합의에 정면도전했다”고 비판했다. 담화는 그러면서 “남조선에 증강되는 살인장비들을 초토화시킬 특별병기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무력시위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이 필사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최신무장장비들은 감출 수 없는 공격형 무기”라고 평가하며, 이번 사격이 “국가의 안전에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되는 그것들을 초기에 무력화시켜 파철로 만들기 위한 위력한 물리적 수단의 부단한 개발과 실전배비(배치)를 위한 시험”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가의 안전보장에 있어서 급선무적인 필수사업이며 당위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전망의 위험성을 제때 깨닫고 최신무기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며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오는 8월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비난 메시지, 그리고 최신무기 구입에 대한 비난 등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미사일 발사를 ‘훈련’이 아니라 ‘위력시위사격’이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며 “최근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쌀 지원마저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가 한미연합훈련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만 “(북한이) 시위 대상을 명확히 제한하고 있고, ‘미사일’이라는 표현 대신 ‘전술유도무기’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계획된 일은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부득불’, ‘비위가 거슬려도’라는 표현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평가 성격이어서 중단 결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당장 남북관계의 소강상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격에서 남측 정부를 겨냥하며 그 속에 대내 메시지도 녹여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첨단무기체계 개발·보유라는 사실은 우리 무력의 발전과 국가의 군사적 안전보장에서 커다란 사변적 의의를 가진다”라고 선전했다. 또 “남쪽에 존재하는 우리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줄기차게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결하며 핵무력 고도화의 중단을 선언하고, 대신 경제건설총력노선을 새롭게 제시했으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고, 대북제재는 유지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 보장을 담보하기 위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내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군사력을 부각하며 대내적으로 안전보장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