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권양숙 여사 방문 때 눈 뜨고 반겨…찬송가 따라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1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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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나의 갈 길 다 하도록'과 시편 23장 낭독할 때
이 여사가 함께 따라하는 것처럼 입술 움직여"

지난 10일 오후 11시57분께 별세한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순간이 공개됐다. 이 여사는 권양숙 여사의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 좋으시겠다”는 발언을 듣고 이틀째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임종 전 가족들이 찬송가와 시편을 낭독할 때에는 같이 따라부르는 것처럼 입술을 움직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장례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오전 11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여사의 임종 전 상황을 전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이 여사는 어떤 병으로 소천한 것이 아니고 노환으로 가셨다. 만 97세, 우리 나이로 98세가 되니 노환으로 어려움을 겪어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라며 “단 한 번도 의식을 잃은 적이 없다. 마지막까지 의식을 갖고 있었고 힘이 없어 눈을 감고 계시다가 병문안 온 사람들이 오면 눈 뜨고 손을 잡고 반가이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박한수 김대중평화센터 기획실장이 이어갔다.

박 실장에 따르면 이 여사는 전날 오후 4시55분께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병실을 방문했을 때 이틀째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권 여사가 “여사님, 사랑하고 존경한다. 저희가 오래 기억하겠다. 제가 외로울까봐 자주 오셨는데 최근에 찾아뵙지 못했다”며 “여사님 좋으시겠다.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한 것에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상태가 안 좋아져 김홍업 전 의원은 오후 10시32분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이 이 여사에게 “아무 염려 말고 아버님 만나시라. 제가 잘 하겠다.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마지막 말씀을 전했다.

오후 10시45분께에는 온 가족이 모여 찬송가를 불렀다고 한다. 찬송가 ‘나의 갈 길 다 하도록’과 시편 23장을 낭독할 때 이 여사가 함께 따라 부르는 것처럼 입술을 움직여 가족들이 놀랐다고 박 실장은 설명했다. 가족들은 이 여사가 평소 좋아하던 찬송가와 시편이라 따라 부른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오후 10시57분, 지난 4월 운명한 고(故) 김홍일 의원의 부인 윤혜라씨가 “고마웠고 감사하다. 편안하시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다.

이후 비서진들은 가족들끼리 그간 못 나눈 말씀을 다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웠고, 15분 정도 지나자 이 여사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오후 11시35분께 의료진이 병실을 찾았고 2분 뒤 별세했다.

이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일 뿐 아니라 그의 정치적 동반자, 여성운동가·사회운동가로서의 업적도 남겼다.

이 여사의 장례의 공식 명칭은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여사 사회장’으로 정해졌다.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와 권노갑 평화당 고문이 공동위원장,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집행위원장이다. 영원한 DJ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다른 부위원장과 장례위 고문, 장례위원 등은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우선 여야 5당 대표가 장례위 고문을, 현역 의원들이 장례위원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조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오는 14일 오전 6시 발인 형식을 갖지 않고 영안실에서 운구를 해 오전 7시, 이 여사가 장로로 활동했던 신촌 창천 감리교회에서 장례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이후 유족들과 운구차는 동교동 사저를 둘러본 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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