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별세, 北조문단 올까?…통일부 “예단 못해, 유족 뜻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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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1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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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별세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당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이 김 전 대통령 서거 사흘 뒤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빈소를 조문했다.

빈소에 들른 후에는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을 만나고, 김대중평화센터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다음 날에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 만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도 만났다. 돌아가는 날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북한 조문단은 2박3일을 머물며 사실상 '대남 특사' 역할도 함께 했던 셈이다.

북한은 이희호 여사의 장례에도 여러 의미를 염두에 두고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은 남북관계 발전에 힘쓴 고인에 대한 애도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북·미간 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대화 국면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차원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때와 마찬가지로 고위급 인사가 조문단에 포함될 경우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의미 있는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예상 가능한 인물로는 지난 2월까지 비핵화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인 장금철 통전부장의 파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금철이 방남할 경우 우리 측에는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보다 전향적 태도로 나설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방남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국 순방으로 부재중인 만큼 별다른 면담 일정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현시점에서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유가족의 뜻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 북측 조문단 파견이 있었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제 기억으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때 북한은 서거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애도를 표하는 조전을 보도했고 김대중 평화센터로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팩스가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통한 북측 의사를 확인했냐’는 물음에는 “유가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당국에서) 미리 말씀을 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당국의 지원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남북 민간 간 협의가 이뤄졌던 것”이라며 “유가족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요청에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 여사의 장례는 사회 각계 대표가 자발적으로 모여 거행하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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