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한반도 비핵화’ 전방위 군사외교전…日초계기는 ‘평행선’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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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대화 폐막…정경두, 국제무대 데뷔전
전방위 군사외교…한반도 평화정착 노력 소개
한·미·일, 비핵화 공조…같은 듯 다른 목소리
한일, 미래지향…초계기 입장은 여전히 팽팽
샹그릴라 최대 화두 美中…복잡해진 韓 셈법

사흘 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던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2일까지 개최된 샹그릴라 대화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및 유럽, 아세안 등 주요국이 참석해 글로벌 및 지역 안보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정 장관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사실상 첫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정 장관은 싱가포르 도착 직후부터 미 상원 군사위원회 대표단과 면담을 시작으로 전방위적인 한반도 비핵화 군사외교전을 펼쳤다.

회의 기간 한미일 국방장관 3자회담을 비롯한 중국·일본·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영국·프랑스·베트남·싱가포르 등과 양자회담이 진행됐다.

회담에서 정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소개하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화 동력 유지를 위한 주요국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정 장관은 프랑스 국방장관과 만나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6·25 전쟁 프랑스 참전용사의 인식표를 인도하며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본회의에서 주제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하며, 정부의 ‘신한반도 체제’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연설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비핵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된 대화의 동력과 신뢰 관계를 지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 합의 틀 내에서 북한에게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비핵화 공조 발맞췄지만 같은 듯 다른 목소리

한미일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자 장관회담을 갖고 지역 안보에서 상호 역할에 대해 평가했다.

3국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가기로 했다.

다만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나 비핵화 방안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확인되기도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본회의 연설에서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 “미국 동맹국 및 미국 영토, 전진 배치된 부대를 위협할 수준이 됐다”면서 “북한은 계속해서 위협의 대상으로 남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3자회담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명확하게 위반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히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보다는 제재에 무게를 뒀다.

그는 한발 더 나가 본회의에서도 북한의 선박 환적 문제에 대해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전 세계 이해에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하며, 일본의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한미일 간에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지적에 “현존하는 위협은 북한의 위협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된다”면서, 평가를 어느 정도 일치시켰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고, 평화 정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는 노력을 한다”면서 “섀너핸 대행도 그런 측면에서 많은 부분들에 공감해주고 아주 좋은 평가해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샹그릴라 대화 기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의 회동이 열려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 메시지를 조율했다.

◇한일, 미래지향 언급했지만…초계기 입장은 평행선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의 또 다른 성과는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다.

정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은 초계기 갈등 이후 6개월 만에 만나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반면 근본 원인 중 하나인 초계기 갈등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수준에서 갈등을 봉합하는데 그쳤다.

정 장관은 이와야 방위상에게 우리 함정의 추적레이더 조사(照射·비춤)는 명백한 사실무근임을 직접 설명했다.

또 문제의 본질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위협비행 행태에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CUES’(공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와 국제법의 준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 측은 일관되게 자신들이 레이더 조사를 당했다고 주장을 해온 만큼, 이와야 방위상이 정 장관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야 방위상은 회담 후 자국 기자들과 만나 “레이더 조사 사안에 대한 일본 입장은 지난해 1월 최종입장 그대로”라면서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초계기 갈등 당시 일본은 저공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구축함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두 장관 모두 기존 주장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표면화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정 장관은 초계기 갈등에 대해 “마무리가 됐다기보다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며 “앞으로 그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실무적으로 잘 발전시켜 나자가는 데 대해서 의견을 일치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와야 방위상도 “어느 쪽이 양보해서 대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견해에 변함은 없지만 미래지향적인 양국 방위 관계를 위해 한 걸음 내딛고 싶다”고 뜻을 같이 했다.

◇샹그릴라 최대 화두는 美中…복잡해진 韓 셈법

이번 샹그릴라 대화의 최대 화두는 단연 미국과 중국의 만남이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시작 전부터 전 세계 수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모았다.

미중 간의 만남은 첫날부터 달아올랐다.

섀너핸 대행은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장관급)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해 “중국은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공섬에 지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활주로들을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웨어펑허 부장은 미국이 최근 대만 내부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며 ‘미수복 지역’으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을 미국 함정이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관통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본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섀너핸 대행은 이튿날 본회의에서 중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첨단무기를 배치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또 “그 누구도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배할 수 없고 지배해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마지막 날 열린 본회의 연설에서 “최근 들어 역외 국가들이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남해에 나가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는 남해 최대의 불안정, 불확실 요소”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들 주요 2개국(G2)의 전략적 충돌로, 양측과 모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들 G2국가는 비핵화 정책뿐 아니라 안보와 경제면에서도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우리 군 당국도 회의 기간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이번 회의 기간 정 장관은 중국과도 양자회담을 가졌다. 한중 간 회담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드에 대해서는 우리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정 장관은 사드가 북핵 대비용이라고 중국 측에 설명하고, 충분한 이해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자회담에서 언급한 것 자체가 ‘사드’를 표면화시키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을 제기한다.

아울러 웨이 부장은 방한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향후 이와 연계된 방한 등이 추진될 경우 한국에 또다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화두가 표면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미일은 3자회담 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중국을 겨냥한 듯 “장관들은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모든 분쟁이 국제법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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