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전에 정치 안하면 안되나” 애틋했던 유시민 母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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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23일 모친 고(故) 서동필씨 빈소에서 조문객들에게 나누어 준 가족문집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 ©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23일 모친 고(故) 서동필씨 빈소에서 조문객들에게 나누어 준 가족문집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 © 뉴스1
가족문집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세 가지 추억 소개

“내 사는 동안에는 정치 안 하면 안 되겠나? 내 죽고 나면 니 맘대로 해도 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까지 이어진 모친 고(故) 서동필 씨 빈소 조문객들에게 나눠준 책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에서는 고인과 가족들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서동필 말하고 자식들 쓰다’를 부제로 유 이사장을 비롯한 여섯 남매와 손자, 증손자, 김필규 작가가 공동집필한 가족문집이다. 여섯 남매 중 다섯째인 유 이사장은 ‘근심, 자부심, 안도감’이란 제목의 짧은 글에서 부모님에 관한 세 가지 추억을 소개했다.

첫 번째 추억은 유 이사장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이사장은 장난감을 사기 위해 어머니 가게에서 1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슬쩍하다 들켰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크게 채근하지 않는 부모님의 얼굴에서 ‘근심’을 보았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추억은 대입 학력고사 결과가 발표됐던 1978년 2월에 머물렀다. 유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최종합격을 통보 받은 이후 어머니의 단골 시장에 동행했으며,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자신을 모든 거래처에 소개했다고 떠올렸다.

유 이사장은 “그때 어머니에게서 본 것은 ‘자부심’이었다”며 “내가 어머니에게 가장 큰 자부심을 드린 것이 바로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고 썼다. 이어 “사실 어머니는 내가 두 번 구속된 것보다 두 번 대학에서 제적당한 것을 더 가슴아파하셨다”며 “그리고 아들이 정치를 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내 사는 동안에는 정치 안 하면 안 되겠나? 내 죽고 나면 니 맘대로 해도 되고…”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는 1980년 2월 부모님께 대학 캠퍼스를 보여드린 기억을 더듬었다. 10·26 사태 이후 군부 쿠데타의 징조가 비치던 때다.

유 이사장은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게 될 당시의 예감을 언급하며 “운이 나쁘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졸업이란 것을 할 수가 없고 졸업식에 부모님이 오실 일도 없을 것이다”라며 부모님을 캠퍼스에 모신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부모님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며 “그때 내가 두 분의 얼굴에서 본 것은 ‘안도감’이었다. 6남매를 다 키웠고, 막내가 대학에 입학했으니, 살림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의 여유를 느끼셨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어 “그때 아버지 연세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했고, 어머니는 아직 오십 전이었다”며 “그런데도 6남매를 낳아서 길렀고 막내를 대학에 넣었다. 외손녀도 하나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밀도 높은 삶을, 농도 짙은 세월을 감당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전날 팬카페인 ‘시민광장’에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병상에 계신 지난 2년 반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표현하셨다”며 “다시는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담담하게 보내드렸다”고 했다.

유 이사장의 어머니 서동필씨의 장례식장은 일산병원 8호실에 마련됐다. 전날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방송인 김제동씨 등 각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24일 오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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