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회동 제안, 한국당 장외투쟁 중단 ‘회군’ 명분 될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1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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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영수회담·여야정협의체 재가동 제안
한국당, 장외투쟁과 맞물려 수용 고심

여야가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극한 대립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을 맞아 야권에 제시한 영수회담이 난국 타개책이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두고 여야 지도부에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 같이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이번 식량 지원 문제, 남북 문제 등에 국한해서 (여야) 회동을 할 수 있다”며 “지금 패스트트랙 문제 때문에 여야 간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 그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서 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손뼉 소리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제안에 대해서 야당 측에서 좀 성의있는 대답이 있기를 바라겠다”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여야 4당은 대체로 대통령과의 회담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담을 환영하며, 시급한 민생현안을 비롯한 국정상황 전반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처럼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일단 환영할 일”이라며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질수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회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셈법이 다소 복잡해 보인다. 수적 열세로 선거법·공수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지 못한 한국당은 대외적으로는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당 내에선 원내·외 투트랙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진다.

당대표는 원외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현 정권의 실정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원내대표는 국회 안에서 포스트 패스트트랙에 대비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복안에 골몰했다.

당의 한 핵심 의원은 “다들 분노하고 있으니 당분간 장외투쟁을 안 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라면서도 “(여당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고) 그 이후에는 복귀도 검토해봐야 한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랑 협상해서 결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철회나 원천무효와 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고,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나름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 ‘여의도 회군’을 고심하고 있는 기류가 읽혀지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한 달에 가까운 강행군 일정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투쟁 대장정에 시동을 건 마당에 갑작스런 ‘화해무드’ 조성은 타이밍을 고려할 때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특히 15년 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당사’와 비교될 만큼 황 대표가 취임한 지 석달도 안 돼 장외투쟁에 나서는 승부수를 띄운 만큼 영수회담으로 ‘투쟁의 불씨’를 끄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장외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나 다름없는 보수 세력의 결집 극대화 효과가 자칫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표가 여야 대표 회동과 관련, “패스트트랙 등 잘못된 문제 전반에 대해서 논의한다면 얼마든지 응하겠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것도 회담을 피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그 자체는 해야 할 일이고, 또 하겠다”면서도 “대통령과 만나 북한에 식량을 나눠주는 문제만 얘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나 원내대표는 “114석의 야당을 정말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느냐.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 정부는 대화와 타협의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대화를 많이 하고 소통했다 등의 변명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생색내기용 여야정 협의체는 안 된다”고 진정성을 의심했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모 의원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한 달도 못가 국회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는게 그걸 의식해서 굳이 회군 명분을 찾거나 고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일단 지금은 장외투쟁에 주력하고 나중에 우리가 국회로 돌아오고 싶으면 그때 그냥 돌아오면 된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올 들어 국회가 열려도 공전을 거듭해온 만큼 한국당 입장에서는 장외투쟁만을 고집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장외투쟁의 성과가 일정부분 나타난 후에는 영수회담이든 여야정상설협의체 복귀든 어떤 형식을 통해서든 국회로 복귀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에는 국회 정상화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문재이 대통령이 집권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에서 국정 운영의 동력을 보태기 위해선 추경 예산안 처리나 민생 법안 등의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딜’에 나설 공산도 크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국회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 원내대표는 9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당과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더 크게 우리 정치를 복원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 가능하다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번 청와대 회담에서는 최근 교착 국면에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여 대북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추경 예산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등과 같은 시급한 민생현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의제를 남북관계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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