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시동 급한 與…당내 반대에도 ‘제2 공수처법’ 수용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9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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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공수처법 별도 발의' 전격 제안
반대 많았지만 패스트트랙 출발 위해 수용
홍영표 "우리 안과 기본 원칙·틀 다르지 않아"
심사 과정서 '기소심사위' 놓고 이견 가능성

바른미래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별도 발의 제안으로 스텝이 꼬이는 듯 했던 선거제·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열차가 29일 다시 제 궤도를 찾게 됐다.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의 핵심 축인 더불어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깜짝 제안’을 약 8시간 만에 전격 수용키로 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40분께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별도로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을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동시에 올리자는 바른미래당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로 했다”며 “권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이미 상정된 여야 4당의 합의 법안에 더해 권 의원 이름으로 대표 발의되는 법안까지 총 2개의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상임위·특위 위원 교체)된 권 의원을 비롯해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지도부에 대한 당내 반발을 달래려는 카드로 읽힌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신환 의원과 권 의원에게는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시사하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야 4당 공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이 내놓은 공수처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그려온 공수처 그림보다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당초 여야 4당 합의안도 공수처의 기소권 행사 대상에서 대통령 친익척과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을 빼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은 터였다.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은 가뜩이나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게 된 공수처의 기소권에 대해 ‘기소심사위원회’라는 기소권 행사 견제 장치를 설치토록 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의 경우도 여야 4당 합의안은 현재 재직 중이거나 퇴직 2년 이내인 고위공직자까지 포함하지만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은 현직만 대상으로 삼는다.

또 여야 4당 합의안은 수사처 인사권한을 대통령이 갖도록 하고 공수처장도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한 반면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은 수사처장이 인사권을 갖도록 하고 수사처장 임명시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실제로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은 “이미 여야 4당 합의안에 바른미래당의 안을 다 반영해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으로부터는 “그래서 ‘권은희 심기 관리법’이라고 하지 않냐”며 “권 의원이 이렇게 합의하면 광주에서 면목 없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우상호 의원도 의총에서 “우리 당 당론과 여야 4당이 합의했던 것들이 바른미래당 내부의 사정에 의해서 시간이 지연되고 우여곡절을 겪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개혁 입법 법안이 이렇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 의원들에게 보고한 게 마지막 협상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이 상정된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쟁점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그것을 제시하고 합의를 했어야 한다”며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다고 국민 앞에 말했는데 그러면 원내대표가 당내 문제 조율을 책임지고 해야지 지금 와서 그렇게 하는 건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긴급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과 사개특위 위원간 연석 회의에서도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가 지정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일단 지정하고 이후 논의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 내용을 반영하는 안과 아예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의 내용까지 포함한 새로운 공수처법을 재발의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을 들고 김 원내대표와 담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권 의원의 발의안까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열차의 출발이 급선무인 만큼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수용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제안이 어디까지나 별도의 공수처법도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워 기존 합의안과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인 만큼 패스트트랙을 멈춰 세울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은 급하지 않지만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가 무엇보다 절실한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의 핵심인 기소심사위원회가 민주당이 처음 마련했던 공수처법에 포함된 ‘불기소심사의위원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고 나머지 부분도 여야 4당 합의안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최고위원과 사개특위 위원 간 연석회의에서 확인한 것은 바른미래당 안이 우리가 제출한 안과 비교해 기본 원칙과 틀에서 다르지 않고 기소심의위원회를 추가하는 내용만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의원들의 추인을 요청했다.

결국 바른미래당의 제안이 나온지 약 8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께 권 의원 발의안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의 협상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결론을 내면서 민주당 의총은 종료됐다.

그러나 당초 민주당 안에 포함됐던 불기소심사의위원회는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적정성을 ‘사후 심사’하는 것인 반면 적절한 기소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사전 심사’ 장치인 바른미래당 안의 기소심사위원회와의 차이가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패스트트랙 지정 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당 내외적으로 여러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바른미래당 안과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법안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기소심의위원회가 혹시라도 공수처의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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