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반전’ 승부수…野 ‘비판’ 與 ‘속앓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9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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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공수처 법안 2개 패스트트랙 올리자"
한국, 바른미래 일각 "꼼수" "엽기적인 궤변"
평화 "여야 4당 합의 깨는 것" 반발 속 관망
민주당, 당 지도부가 설득해 마지못해 수용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패스트트랙 내란’을 잠재우기 위한 돌파구로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별도로 발의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보수 야권은 물론 범여권 일각에서도 반대 기류가 없지 않아 정국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을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별도 접수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의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로 했다”며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이미 상정된 여야 4당의 합의 법안에 더해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상임위·특위 위원 교체)된 권 의원 이름으로 대표 발의되는 법안까지 총 2개의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권 의원이 발의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안은 수사 대상을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로 적시하고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안이 수사 대상을 특정 고위공직자 범죄로 명시한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게 권 의원의 설명이다. 고위공직자 범위도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 국무총리,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에서 바른미래당안은 ‘현직자’로 제한했다.

또 바른미래당안은 수사처장이 수사처 검사의 인사권한을 갖도록 함으로써 수사처의 독립성을 높였다고 권 의원은 자평했다. 수사처의 인사권한을 대통령이 갖도록 한 민주당의 안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 고위공무원을 기소하기 전 ‘기소심의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판단을 받도록 한 것도 권 의원이 추가한 내용이다. 기소심의위 위원 후보군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해 7~9명의 위원을 수사처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듯이 기소 전 일종의 ‘필터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김관영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강력 반발했다.

국회 사개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이 발의한 공수처 법안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고 새로운 제안을 했으나 불법 사보임을 밀어붙이면서 신뢰를 잃은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자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윤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제출한 법안은 수사처 검사의 인사권한을 수사처장에게 보장, 기소심사위원회 구성 등 더불어민주당 법안과 부분적으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불법 사보임 행위를 적당히 무마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공수처 설치를 가속화 할 실효성 없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바른미래당이 자체 발의한 공수처법안과 관련,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문제가 있고 실질적으로 우리 당이 19대 국회 때 상설특검법으로 고위공직자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면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공수처 법안과 권은희 법안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김관영 대표는 이 두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려달라고 했다”며 “서로를 부정하는 법안 두개를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우자는 건 정말 기형적이고 엽기적인 궤변이다. 바보 국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어 “국회를 바보로 만드는 정도가 세계 토픽감이다. 말이 되려면 민주당 법안 폐기하고 권은희 법안만 패스트트랙에 태우자고 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바로 강제 사보임 철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에서도 김관영 원내대표의 역제안에 반대 목소리를 먼저 냈다.

평화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독자적으로 발의한 공수처법에 대해 “여야 4당의 합의를 깨는 것이고 패스트트랙 제도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패스트트랙 취지는 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지만 특정 교섭단체가 반대해 안건 상정이 불가능할 경우 숙려 기간을 갖고 법안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내용이 다른 복수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5분의 3이 넘는 의원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법안에 대해 동시에 찬성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숙려기간이 지난 후 법안을 표결할 때 어떤 법안을 표결하고 우선해야 하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결국 패스트트랙 이전으로 돌아오는 게 된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김 원내대표의 역제안을 마지못해 수용했지만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일부 의원들의 거부감이나 반발 기류도 상당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존 4당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그 후에 법안 심사 과정에서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반영하는 안과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법안을 포함한 새로운 법안을 재발의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수용하고 오늘 중으로 패스트트랙 처리키로 결론을 내려 최고위원회 결정을 의원들에 보고하는 것으로 의총을 마쳤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변인은 “오늘 중으로 사개특위, 정개특위를 열어서 패스트트랙 관련된 모든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려 한다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말했다”며 “민주평화당이 반대하는 의견을 낸 걸로 알고 있고, 홍 원내대표는 야(野) 3당과 모여서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와 민주평화당에서 제기한 문제까지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법안이 특위에서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가야하는데, 법사위에서 두 안건이 합쳐질 수 있으면 몰라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잖느냐”며 “그럼 합의안과 바른미래당안 두 개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기존 여야4당 합의안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안 철회라는 방법도 있긴 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미 당의 총의를 얻어서 의안을 낸 것을 또 이렇게 뭐 (지정)하기가…형식적으로는 과정이 거칠다”며 “법상으로는 신속처리안건이잖느냐.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가면 그걸 심의만 해야지 수정할 순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굳이 두 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느냐는 물음에 이 의원은 “그렇다”며 “개인적으로는 ‘뭘 만들어서 패스트트랙에 넣자’ 이런 건 혼란스럽다. 국민에 드리는 메시지도 좀 그렇잖냐”고 했다.

그는 이어 “동물국회라고 국민들이 볼썽사나워하는데 갑자기 법안이 새로 나와서, 그게 더군다나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빨리 밟겠다고 한 4개 당이 합의한 안이 있는데 추후에 불쑥 끼워 넣는 게 공당으로서 말끔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스스트랙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 김관영 원내대표의 역제안에 대해서는 “정치 도의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면서 “바른미래당의 어려운 입장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공을 넘겼다고 하는 건 도의상 그렇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백혜련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기소심의워원회가 혹시라도 공수처가 갖고 있는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표명했고, 우상호 의원은 “우리당의 당론과 여야 4당의 합의했던 것들이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에 의해서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고 우여곡절 겪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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