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게 빚 지고 건물 샀는데… 김의겸 “난 몰랐다, 아내가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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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靑대변인 사퇴]1400자 사퇴 메시지도 논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다.”

‘25억 원 건물 구입’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내놓은 사퇴 메시지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이 마지막까지 논란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 오히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 내에서조차 “물러나는 상황에서 메시지가 너무 좋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 이 와중에 “시세차익 보면 (한턱) 쏘겠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퇴 메시지를 기자단에 전달했다. 그는 28일 해명 브리핑 당시 기자들의 얼굴에서 “기자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라는 의문을 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 네, 몰랐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제 탓”이라고 덧붙였다.

사인 간 채무를 포함해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25억7000만 원에 건물을 구입한 것을 자신은 몰랐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와서 아내 탓을 한다 한들 사람들이 납득을 하겠느냐”며 “설령 뒤늦게 알았다고 해도 즉시 청와대에 신고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의 “몰랐다”는 주장에 금융권에선 다른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우자의 대출에 김 대변인이 절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 담보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김 대변인의 자필 서명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매매 계약 당시에는 설령 몰랐더라도 대출이 이뤄지는 시점에는 이를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여러분의 보도를 보니 25억 원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한턱) 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담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 지금 농담을 할 상황은 아닌데…”라고 했다.

○ ‘춘풍추상’ 강조해 온 靑, 정작 사과는 없어

1400여 자 분량의 긴 메시지 속에 정작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없었다. 부동산 정책의 결정 과정을 깊숙하게 알 수 있는 청와대 핵심 참모가, 청와대 관사 거주로 생긴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재산 증식을 위해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을 구입한 것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를 끝까지 외면한 것이다.

청와대 역시 이날 김 대변인의 논란과 사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변인의 상관인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했지만 김 대변인 건에 대해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간 야당과 언론의 비판과 지적에 대해 “초현실적 상상력” “먹칠을 삼가 달라” “후안무치한 행태” 등의 표현으로 반박해 왔던 청와대가 정작 내부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청와대가 강조해온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변인의 사무실을 포함한 청와대 전 비서관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춘풍추상’ 글귀가 담긴 액자가 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에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의미다. 한 여당 의원은 “사퇴와 사과로 매듭지으면 될 일인데, 청와대가 침묵하니 마치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김 대변인 건에 대한 민심을 여당 의원들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데 청와대는 아닌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 대신 김 대변인은 언론에 대한 ‘훈계’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란다”며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 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장윤정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퇴메세지#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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