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맞는 ‘부동산 이중잣대’… 투기 논란 김의겸 靑대변인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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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구입” 사과없이 책임 회피… 野 “정부 정책과 어긋나고도 남탓”
장관 후보 7명도 부동산 등 논란… 여권 “조동호-최정호 낙마 가능성”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지역 고가 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이자 문재인 정권의 간판 격인 인물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나면서도 “나는 몰랐다. 아내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며 제대로 사과하지 않자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장관 후보자 7명의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돼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김 대변인이 사퇴 의사를 전하자 고별 오찬을 갖고 사의를 수용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사퇴 입장문’에서 자신은 고가 건물 매입 사실을 몰랐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건물 매입에 대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며 “제가 (매입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도를 보니 25억 원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4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했다. “농담이었다”고 덧붙였지만 김 대변인은 사퇴의 글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야당은 “떠날 때도 남 탓”이라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 대변인의 ‘올인 투기’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떠나면서도 가정 탓, 아내 탓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또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공직비리 및 범죄 혐의가 있다”며 이날 김 전 대변인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김 대변인의 사퇴가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에 기름을 부으면서 여권에선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것 아니냐”라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자 7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수십억 원의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전세 보증금을 올려 포르셰 자동차를 모는 아들의 미국 유학비를 대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황제 유학’ 논란 등이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7명 중 일부 후보자가 사퇴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7명 전원을 임명 강행했다간 ‘내로남불 부메랑’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정동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조동호 후보자와 ‘꼼수 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1, 2명이 낙마 대상으로 거론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함 있는 후보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몸을 낮췄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퇴#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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