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구역 줄여 주차난 해소하자는 창원시 의원들…장애인권감수성은 어디 갔나 [디지털 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2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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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이 15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비율 축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창원 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이 15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비율 축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도영진 기자
도영진 기자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인구 100만 명을 넘는 경남 창원시는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등록 대수 대비 주차 면수 비율을 뜻하는 주차장 확보율은 2023년 기준 86.5%로, 전국 평균보다 약 20%포인트 낮다. 유휴 부지가 부족한 도심 밀집 지역일수록 사정은 더 심각하다.

창원시청과 창원시의회 청사 주변도 예외가 아니다. 10분 남짓한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도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주차난 해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두 눈을 의심할 만한 ‘해법’이 제시됐다. 창원시의회 김영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창원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 비율을 낮춰 전체 주차 면수를 늘리자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창원시 부설주차장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 비율을 현행 ‘4%’에서 ‘3%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법령은 주차 대수의 2~4% 범위에서 장애인 주차 수요를 고려해 지자체 조례로 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들의 개정 이유는 간단했다. 주차난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일반 주차 공간을 늘려 시민 불편을 줄이자는 논리다.

조례개정안이 알려지자 장애인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교통약자 보호라는 국가적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었다. 창원 지역 5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사회적 약자가 시민으로서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이동권의 출발점”이라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창원시는 특례시 5곳 중 장애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5.05%)으로 수원(3.55%), 용인(3.45%), 고양(3.95%), 화성(3.15%)보다 높은 수준이다.

창원시도 “일반 주차면은 이용률이 높을수록 효율적인 시설로 평가할 수 있으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필요 시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불수용 검토 의견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결국 “조례안을 발의하기 전 장애인 단체들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철회서를 제출했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23년 8월 최정훈 창원시의원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 비율을 ‘2%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냈다. 김 의원 안보다 한발 더 나아가 관련법에서 규정한 최저 기준만 충족하도록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이 시도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두 차례 모두 조례안은 좌절됐지만 씁쓸함은 남는다. 시민의 대표로 선출된 지방의원들이 다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의 권리는 당연하게 희생시켜도 된다고 믿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서다. 장애인의 인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역시 지각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의원들은 알고 있을까.

김 의원은 조례안 철회 후 전날(21일)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콜택시 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해 운영 주체인 창원시설공단 재정 구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취지의 5분 자유 발언을 해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시민 김모 씨(36)는 2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이슈메이킹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전체 창원시민들을 위한 길이라 주장하며 이런 아이디어를 낸 건 결국 우리사회 소수인 장애인들의 표를 잃더라도 더 많은 비장애인인 시민들의 표를 얻으면 된다고 여긴 게 아니겠느냐”며 “내 아들과 딸에게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창원시#주차난#장애인전용주차구역#장애인권리#교통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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