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열차 타고 온 김정은… ‘4박5일’ 베트남 일정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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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26일 하노이 입성]26일 오전 8시30분 동당역 도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별열차는 25일 중국 내륙을 거의 일직선으로 관통해 남하했다. 무려 60시간 가까이 중국 내에서 보내며 북-미 협상을 앞두고 북-중 밀착을 과시하면서도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최단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4박 5일 체류하고 다음 달 2일 베트남을 출발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도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하노이와 동당역 노선의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이동 경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국 측 인사는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김 위원장이 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비용이 저렴하다”며 “김 위원장 열차 때문에 많은 철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중국 철도 당국이 많은 에너지와 돈을 투입해야 해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이 3월 1일까지 춘제(春節·중국의 설) 특별수송기간으로 승객이 몰리는 시점에도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을 배려했지만 그나마 국내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단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이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후난(湖南)성 창사(長沙)∼후난성 헝양(衡陽)∼광시(廣西)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광시좡족자치구 난닝(南寧)을 지났다. 중국-베트남 접경의 중국 지역인 핑샹(憑祥)을 거쳐 26일 오전 접경의 베트남 지역인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헝양에서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대표적 대도시인 광저우(廣州)로 가는 노선 대신 바로 남하하는 노선을 택했다. 외교 소식통은 “광저우로 가면 김 위원장이 선택한 노선보다 300여 km를 더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시속 60∼70km로 중국의 일반 열차보다도 더 느리기 때문에 최단거리를 선택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창사에서 30분간 정차한 모습이 포착됐다. 23일 밤 김 위원장을 환영하러 북-중 접경지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 나온 것으로 알려진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열차를 타고 김 위원장을 계속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측 전문가는 “중국이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을 받아들인 건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의 지지, 북-중 양국의 특수한 관계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는 중국에 역할론을 강조할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협상할 때 ‘내 뒤에 중국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역할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5일 사설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북부∼남부 열차 이동은 매우 의미 있다”며 “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추동자이자 이해당사자”라고 주장했다. 환추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이틀 이상 열차로 중국을 관통하는 건 신변 안전보장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미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미를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한 가교, 보증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 회담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김 위원장의 처지를 부각하면서 중국 없이는 북-미 회담도 없다고 대내외에 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이 25일 찾은 중국 내 마지막 경유지 핑샹역 주변에는 공안 병력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검문검색과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철로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경찰견을 동원해 철로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지 호텔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문으로) 역 주변 도로도 재정비하고 역 주변에 가림막도 설치했다”고 전했다.

핑샹역 내부 촬영을 막고자 역 주변 숙소들은 아예 투숙객을 받지 않았다. 공안 관계자들은 취재진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위법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오후에는 아예 취재진을 호텔 한 곳에만 투숙하도록 통제했다.

이날 하루 종일 김 위원장 열차가 지나간 역 인근 도로들이 통제되면서 중국 시민들의 불만도 잇따랐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불만을 터뜨리는 글이 올라왔지만 삭제됐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핑샹=권오혁 특파원
#2차 북미 정상회담#김정은#트럼프#베트남 하노이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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