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남북사무소, 北입장 기다리는 중”… ‘8월 개소’ 사실상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후 기류 변화

웃옷 벗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웃옷을 벗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강행하려던 청와대는 신중한 기류로 돌아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웃옷 벗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웃옷을 벗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강행하려던 청와대는 신중한 기류로 돌아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갑작스러운 방북 취소로 남북이 이달 안에 열기로 합의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사실상 어렵다는 신중론이 정부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남북 경협 준비의 ‘전초기지’인 연락사무소의 개소를 강행하면 한미 공조가 삐걱거려 우리 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 靑, “北 입장 기다리는 중”이라며 기류 변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려던 연락사무소 개소 시기에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변화된 기류를 소개했다. 그는 “연락사무소 개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등 순조로운 일정 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에 맞춰서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우리 정부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북쪽과 같이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북쪽이 (사무소 개설과 관련해) 이런 상황 변화, 정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직 공식적인 논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남북이 ‘8월 개소’에 합의한 뒤 실무 준비를 해왔지만 폼페이오 방북 취소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만큼 북측과 다시 협의할 필요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앞서 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 개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조속한 개소에 방점을 찍었었다.

청와대가 “(북측의 반응을)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가 방북을 취소한 지 사흘째인 27일까지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에는 곧바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폼페이오의 취소를 예견하지 못했으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달 내 연락사무소 개소는 어려워졌다”며 “개소 일정에 대한 북한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데, 북한도 여러 사정이 있어 단기간에 연락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목되는 시진핑 방북 여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주인론’을 강조했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됐다”며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며칠 내”라는 표현까지 넣으며 개소 임박을 예고한 것.

하지만 북-미가 냉기류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중재자 입지는 급속히 위축되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청와대는 상황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소가 9월 중순 이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폼페이오 방북 무산으로 북한도 백악관의 진의 파악에 나선 데다, 이번 문제가 단순히 북-미 간의 문제를 넘어 중국까지 포함된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꼬인 ‘한반도 대화 스텝’을 풀 수 있는 고리는 다음 달 북한 9·9절을 기점으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여부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는 시 주석에게도 부담인 만큼 방북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다른 고위급을 평양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경색된 대화 국면이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방북 취소#남북공동연락사무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