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성장, 사회안전망에 초점… 퍼주기式 소득성장과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 ‘포용성장’ 경제기조 제시

文대통령과 마주 앉은 윤종원 경제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포용적 
성장 정책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정부가 앞장서겠다”며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인 윤종원 수석(왼쪽)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文대통령과 마주 앉은 윤종원 경제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포용적 성장 정책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정부가 앞장서겠다”며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인 윤종원 수석(왼쪽)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람중심경제가 뿌리 내리면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나눠지는 포용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경제정책 기조로 강조해온 ‘사람중심경제’와 새로운 개념으로 내세운 ‘포용적 성장’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바로 포용적 성장이라는 것. 정통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포용적 성장이란 새로운 틀을 통해 집권 2기 경제정책의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포용적 성장 전면 내세운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걷고 있는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포용적 성장정책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 사람중심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은 한 차례씩만 언급했다.

포용적 성장으로의 기조 전환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였던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경질하고 ‘포용적 성장 전도사’로 통하던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새로운 경제수석으로 고르면서부터 감지됐다. 윤 수석 발탁 전후 정부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이나 사람중심경제 대신에 포용적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증이 덜 됐다는 지적이 있는 소득주도성장 대신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포용적 성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포용적 성장이 기존 경제정책 기조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이 ‘분수효과’를 위해 저소득자의 소득을 높이는 전략이라면 포용적 성장은 소득 재분배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에 중점을 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행정학)는 “OECD가 말하는 포용적 성장은 취약계층에 자원을 집중하고 교육훈련으로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용적 성장을 앞세우며 과거 정권이 취한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계속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해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그와 함께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 경제정책의 주류였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포용적 정책을 새롭게 제시한 것은 경제정책에서의 주류 교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 기업 만나고, 규제 혁파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혁신성장을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좀 더 시장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직접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해 규제개혁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성과 미흡’을 이유로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취소한 문 대통령이 매달 분야별로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해 직접 규제를 각개격파하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 달에 한 번, 한 주제씩 점검하고 매듭짓는 성과 있는 규제개혁을 해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면담을 놓고 진보진영의 반발이 나왔지만 이와 무관하게 기업과의 소통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며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포용적 성장 ::

가계,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받을 뿐 아니라 성장의 혜택이 공정한 룰에 따라 분배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성장을 말한다. 시장경제의 본령인 경쟁을 인정하면서 성장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위적 임금 인상을 통한 분배에 쏠려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차이가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문재인 정부#포용성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