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계별 보상-수교”… 美에 비핵화 조건 직접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실무접촉서 ‘김정은의 구상’ 밝혀
美는 듣는 입장… 北의도 파악 집중
靑 “북미 접촉 잘 진행되고 있어”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선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이 실무접촉 과정에서 김정은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구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북-미 접촉은 북측 인사가 이런저런 구상을 던지면 미국이 주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실무접촉에선 북한의 비핵화 구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직접 전달하는 동시에 북-미 수교 등의 보상이 단계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저널(WSJ) 등 외신은 8일(현지 시간)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는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후보군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의제는 탐색전 단계지만 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몇 개의 후보군으로 압축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안다”고 했다.

미국 조야에서 북-미 정상회담 연기론이 나오는 터라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접촉에서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은 회담 성사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우리가 파악하는 바로는 북-미 간 접촉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의제를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마무리하려는 미국과 비핵화 단계별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려는 북한과의 간극이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미 실무접촉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한국의 북-미 중재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재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혔는데도 미국이 북한과 별도의 테이블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이끄는 CIA 내부의 전담팀이 중국 베이징이나 북유럽 등 제3국에서 주로 북한 정보당국과 비밀 채널을 개설해 실무접촉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비핵화#북미#정상회담#김정은#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