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가수들 어울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합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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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우리는 하나’ 합동공연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이 편곡한 ‘우리의 소원’을 
이선희(가운데), 레드벨벳 아이린 예리 등 남한 가수들과 북한 가수들이 함께 부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이 편곡한 ‘우리의 소원’을 이선희(가운데), 레드벨벳 아이린 예리 등 남한 가수들과 북한 가수들이 함께 부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6년 만에 평양을 찾은 우리 가수들이 북한 가수들과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노래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는 끝내 눈물바다가 됐다.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노래하는 남북 가수 30여 명은 어느새 목이 메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1만2000여 관객은 모두 일어섰다. 10여 분간 길고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무대 쪽으로 손을 흔들며 애타게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서현과 북측 가수 김주향은 촉촉해진 눈가로 애써 서로에게 미소를 건넸다.

이날 사회는 가수 서현과 북한 조선중앙TV 방송원 최효성 씨가 함께 봤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1일 무대였던 동평양대극장(1500석)의 8배 규모(1만2309석)로 평양 시민 다수의 예술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공연 초반 다소 낯설어하던 관객들은 서현의 노래에 긴장을 풀었다. 북측 가요 ‘푸른 버드나무’를 서현이 부르자 객석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 전주 때는 객석 일부가 술렁였다.

평양 인기곡으로 이름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은 객석의 젊은 여성들을 움직였다.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수군거림이 나오더니 커다란 박수갈채로 바뀌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부른 YB의 보컬 윤도현이 “개인적으로 삼지연관현악단과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고 싶다”고 하자 까르르 웃음보도 터졌다.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를 때는 두 손을 모으고 눈물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공연장은 화려한 개량한복이나 투피스 차림의 여성, 정장 차림의 남성, 20대 남녀 학생 등 평양 시민의 인파로 넘쳤다. 북측의 박춘남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객석에 앉았다.

하이라이트는 남북 합창 무대였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윤연선의 곡 ‘얼굴’을 남북 가수들이 손을 맞잡고 번갈아 부르자 객석의 박수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선희와 김옥주는 ‘J에게’를 화음으로 부르며 손을 맞잡았다. 관객들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췄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최진희부터 레드벨벳까지 한국 여가수들이 북측 가수들과 한 소절씩 사이좋게 나눠 불렀다.

한 북한 관객은 “조용필의 노래를 듣기는 했지만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감개무량해했다. 다른 관객은 “우리 사이엔 통역이 필요 없잖나. 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공연 때 김 위원장이 ‘봄이 온다’는 말이 참 좋다고 하기에 내가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했더니 김 위원장이 ‘그렇죠’라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예술단, 기자단 등 총 190여 명의 3박 4일간 체재비, 숙박비, 교통편은 북한이 제공했다. 왕복 항공료와 무대설치비, 인건비 등은 우리 측이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충당한다. 공연을 마친 예술단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주재 만찬에 참석한 뒤 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임희윤 imi@donga.com·황인찬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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