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뇌 “검찰은 의견 낼 권한 없다”… 뿌리깊은 불신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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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검찰권을 악용해 왔음.”

“국가정보원은 선거에 개입하고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음.”

청와대가 14일 배포한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야당의 논평에서나 볼 법한 비판들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과거 권력기관의 행적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과 청산’을 권력기관 개혁의 제1방침으로 못 박았다. 이런 방향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경험도 영항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검·경·국정원 모두 ‘대대적인 메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안의 요체는 검찰·국정원의 권한 약화다. 반대급부로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청와대는 경찰 조직을 크게 4개로 분리해 경찰의 비대화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서 “검·경·국정원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결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들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反)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지난해 탄핵 사태까지 세 조직 모두 잘못이 크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손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세 기관의 권한을 나누면서, 상호 견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검·경·국정원을 비롯해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안보수사처 등이 자기 기관의 범죄는 수사하지 못하고 다른 기관을 맡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권력기관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댄 것은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조 수석 등 핵심 인사들과 과거 권력기관들 간 악연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민주화 시위로 두 차례 투옥됐고, 이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이런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 靑 “이번에는 좌절 없다” 의지

청와대가 강력한 권력기관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좌절된 개혁을 9년 만의 집권을 통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들(검찰)은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한꺼번에 퇴행해 버린 것이 어이없고 안타깝다”고 적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권한 축소 등을 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가 끝나도 다시 역주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혁안에 대해 검찰 의견을 수렴했는지 묻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상급 기관인 법무부가 (청와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검찰청은 별도로 독자 의견을 낼 권한이 없다”고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의견 수렴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지만 검찰의 저항만 확인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 일선 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외압 의혹 등을 제기하며 ‘대들듯이’ 발언했던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훗날 문 대통령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표현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약속한 자치경찰은 지방분권 강화의 대표적 정책이자 개헌 사항이다. 지방분권 강화를 담은 개헌 역시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드라이브’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청와대의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전략은 명확해졌다. 관건은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여론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의견은 항상 80%대다. 야당에서 공수처 등을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 마음이 다르다는 건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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