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MB만나 “운동권 文정부, 쇼는 기가막히게 잘 해”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맨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맨왼쪽)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 “야당이 개헌의 중심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게 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홍 대표가 서울 삼성동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로 신년 인사차 방문하자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가치는 국가정체성에 관련된 것이라 매우 중요한데 그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며 ”개헌 내용에 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게 야당이 개헌의 중심을 잡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고 정태옥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비공개전환 직전 홍 대표에게 “안보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모든 사회 환경이 제일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며 “힘 있는 야당이 되면 국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해야 된다”며 “현재 여당이 과거 야당 시절 이 말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 대표는 “좋을 때 야당을 하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다. 어려울 때 야당 해야지 야당 하기가 훨씬 재밌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외교안보와 경제가 지금 같이 위중한 때가 없었다”며 “정부 여당이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야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홍 대표는 “새해부터는 국민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는 이 정부에서 지금 추진하고 하는 것에 대해 핑계를 대지 못한다”며 “전부 자기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정권이어서 정권 담당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래서 올해에는 좀 신나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이 “야당이 강하게 하려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해야지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면 협력이 안 된다”고 웃으며 말하자, 홍 대표는 “긍정적인 측면이 하나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그렇지만 진실이 담기지 않은 쇼는 그뿐”이라고 비꼬았다.

홍 대표는 이어 “이제까지는 탄핵정국 하에서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현실을 보면 실체가 없기 때문에 ‘쇼통’을 하는 데에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대표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 SBS도 빼앗겼다. 부산 KNN도 빼앗겼다. KNN 회장이 물러났다”고 했고,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적폐네”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적폐가 아니라 강도”라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 적폐청산이나 다스 관련 검찰수사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이 전 대통령과 하금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두우·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이, 한국당에서는 홍 대표를 비롯해 장제원 수석대변인, 정태옥 대변인, 강효상 비서실장,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