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백신 2019년 개발 완료… 100만명분 비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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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체 생산위한 임상시험중”… 현재는 1110명 접종 분량 보유

정부가 북한의 생화학무기 도발에 대비해 2019년까지 탄저균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부터 100만 명 분량을 비축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현재 탄저균 백신 자체 생산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3월 중 백신 제조시설 건립에 착수하고 2019년부터 시범 생산에 돌입해 2020년 비상 공급량을 비축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다. 탄저균의 포자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인체에 들어가면 혈액 내의 면역세포가 손상된다. 이는 쇼크를 유발해 급성 사망에 이르게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탄저 백신을 국내로 들여온 뒤 현재 A제약사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별도의 탄저균 백신 생산 공장을 만들기보다 기존 제약 공장을 리모델링해 탄저균 백신 제조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에서 유효성, 안전성 등의 임상시험을 수차례 거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는다.

탄저균 백신 수입 가격은 병당 600달러(약 66만 원)에 이른다. 탄저균에 노출되더라도 감염되지 않으려면 노출 전 백신을 최소 5차례 맞아야 한다. 백신 수입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탄저균 백신 생산시설의 위치와 비축량은 대외비다. 다만 서울에서 탄저균 테러가 일어날 경우 최소 10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100만 명분을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이 서울 상공에 ‘10kg’의 탄저균을 뿌리면 최대 60만 명이 오염되고 이 중 40%가 열흘 뒤 사망한다.

군 당국도 탄저균 등 북한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개인방호장비와 치료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내에서 탄저균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이 중 일부를 군용으로 지정해 충분히 비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이 “북한의 탄저균 테러에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가 탄저균 백신 치료제를 접종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탄저균 백신을 전 국민에게 보급하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24일 “2015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가 이슈화된 후 탄저균에 대비할 필요성이 대두돼 치료 목적으로 탄저균 백신 350도스(110명분)를 도입해 국군 모 병원에 보관 중”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요원 보호와 국민 치료를 목적으로 1000명분을 수입해 보관하고 있다. 이에 ‘1110명 분량의 치료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주심 질병관리본부 생물테러대응과장은 “탄저균 백신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하면 비용이 수입 백신의 3분의 1 수준이 된다”며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손효주 기자
#탄저균#백신#생화학무기#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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