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극비회동… 北 “한미훈련 취소땐 평창 참가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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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터키총회서 국장급 접촉… 박경서 회장 “평창 오라고 얘기했다”
적십자 접촉, 2015년이후 처음… 靑 “文대통령 연기제안과 무관”

북한 적십자사 대표단이 최근 남측 대표단과의 비공개 접촉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취소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열린 적십자 관련 회의에서 남북 실무자 간 접촉을 갖고 평창 올림픽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북측은 내년 2,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하면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에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북측이 남측 적십자 대표단을 만나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내비치며 군사훈련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한국 측 대표단을 이끌었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맹 회의여서 (북한 측을 포함해) 다 모였다. 나는 아니고 우리 직원들이 (북측과) 만난 것이다. 평창 올림픽에 오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은 “(인도적 지원 등의) 다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새해가 오고 한반도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적십자 측 고위 관계자는 11월 터키에서 열린 적십자 총회에서 남북 적십자 국장급 실무자 접촉 사실을 밝혔다. 다만 평창 올림픽에 대한 논의 여부 등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남북 적십자 간 접촉은 2015년 9월 8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고위급 접촉 이후 중단됐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라 8월 1일 남북 적십자회담을 공개 제안했으나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남북 적십자 대표단 회동에서는 평창 올림픽 외에도 인도적 지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큰 틀의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 대표단과 만난 박 회장은 29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고 김일성 주석과도 만난 적이 있는 인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올 8월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과 북측 적십자 대표단의 언급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적십자사를 통한 북측의 발언이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훈련 연기는 군사적 문제인 만큼 적십자를 통한 메시지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측이 비공개 접촉을 가진 것은 평창 올림픽 참가 결정과 군사훈련 연기를 연계하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평창 올림픽 개막을 50일가량 앞두고 북한 참가를 협의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참관차 중국 쿤밍(昆明)을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일 이 대회에 참가한 북한 측에 올림픽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 여권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단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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