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임기만료 사흘앞… 靑 “20여명 후보군 막바지 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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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검증 문턱에 잇단 손사래… 국민의당 고려해 호남인사 물색
김지형 고사… 소병철 유력 거론
예산안 처리와 인준 연계 변수, 당분간 감사원장 공백 불가피

다음 달 1일 임기가 만료되는 황찬현 감사원장의 후임을 찾기 위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의 낙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내년도 예산안 등 복잡한 국회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조만간 후보자를 발표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다음 달부터 당분간 감사원장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감사원장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후보자 물색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검찰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인 적폐 청산을 수행할 핵심 기관이다. 당초 청와대는 재야 법조인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찾았지만 난항을 겪자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2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명가량을 후보군으로 두고 들여다봤지만 검증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인사·민정 라인뿐만 아니라 다른 수석들까지 후보자 물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인사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었다.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김 전 대법관에 대한 신뢰가 컸고,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수석까지 나선 청와대의 거듭된 설득에도 김 전 대법관은 “더 이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현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소 전 원장이 급부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을 지내고도 대형 법무법인에 몸담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 전 원장은 퇴임 뒤 고위직으로는 이례적으로 농협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소 전 원장은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 후보군에도 올랐었다.

여기에 김 전 대법관(전북 부안)과 소 전 원장(전남 순천)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감사원장이 국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해 국민의당을 설득할 수 있는 호남 인사를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만금방조제 간척사업 잠정 중단 등의 판결을 내렸던 강영호 전 특허법원장도 마지막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막바지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고, 이 문턱만 넘으면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회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감사원장 인준과 예산안의 ‘빅딜’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감사원장 인준이 예산안 처리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빨리 발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기류도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적합한 후보만 찾는다면 그런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발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감사원장보다 대법관 후보자를 먼저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당초 대법관 후보자는 이날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 대통령의 연가 등으로 인해 연기됐다. 원내교섭단체가 교대로 맡는 관례에 따라 향후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몫은 자유한국당, 민주당 순이다. 여권은 대법관보다 야당의 공세가 거셀 것으로 보이는 감사원장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기를 바라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감사원장#임기만료#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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