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병사 사망’ 특별수사 결과 발표
“아군 탄두… 조준사격 가능성 없어”
경계병, 사격중 통과에도 제지 안해… 대위 통제관 등 3명 영장신청 예정
부친 “누가 쐈는진 알고싶지 않아”
지난달 26일 전투진지 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총탄에 맞아 사망한 이모 상병은 주변 사격장에서 직접 날아온 유탄(빗나간 탄)에 맞은 것으로 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당초 군은 사고 직후 이 상병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친 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튕겨 나간 ‘도비탄’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특별수사를 지시했다.
9일 군 수사당국이 발표한 육군 6사단(강원 철원군) 이 상병 사망 사건 특별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상병은 사고 당일 오후 4시 10분경 인근 사격장 사선(射線·소총 등을 쏘는 자리)으로부터 직선거리로 340m를 날아온 유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당시 사선에서 280m 떨어진 곳에는 외부로 탄이 나가는 것을 막는 28m 높이의 방호벽이 있었고, 이 상병은 이 벽에서도 60m나 떨어져 있었지만 변을 당했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사격 시 반동 등으로 총구가 2.39도만 위로 향해도 방호벽을 넘어 사고 장소까지 총탄이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 상병 오른쪽 광대뼈 부위에 형성된 사입구(射入口·탄두가 신체에 들어가는 입구)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도비탄은 아니라고 결론 냈다. 통상 도비탄 사입구는 충돌로 인해 불규칙한 형태다.
다만 군 당국은 이 상병이 누가 쏜 유탄에 맞았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총기 지문’ 격으로 사격 시 탄두에 새겨지는 ‘강선(腔線)’ 자국이 이 상병 머리로 들어가며 강한 마찰로 훼손돼 어떤 총기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날 이 상병 아버지(50)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탄을 쏜 병사가 누군지 알게 되면 그 병사가 얼마나 큰 자책감을 느낄지 알기 때문에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상병이 진지 공사를 끝마친 산에서 사고 지점까지 2km가 넘는 구간에는 경계병 두 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구간통제 임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이 상병 소속 부대가 사고 지점을 통과하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고 지점은 당시 사격에 사용된 K2 소총이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효 사거리(460m) 이내여서 철저한 이동 통제가 필요한 곳이었다. 사고 지점 주변 나무에선 피탄 흔적이 70여 개나 발견되는 등 과거에도 유탄이 자주 날아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일각에서 제기된 조준 사격 의혹에 대해선 “사격장 끝 방호벽에서 사고 장소까지 60m에 이르는 구간은 수풀이 우거져 있어 사선에서 육안으로 사람을 식별하고 조준 사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북한 소행설에 대해선 “탄두 감정 결과 우리 군이 쓰는 5.56mm 탄두 파편이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사격훈련통제관(대위)과 이 상병 부대 소대장(소위)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단장 등 사단 책임 간부 4명과 경계병 2명 등 16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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