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檢 “방향 정해놓고 기각” 법원 “입맛에 안맞으면 적폐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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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檢 정면충돌]구속영장 둘러싼 갈등 확산

마주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주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영장전담 판사들이 방향을 정해놓은 것 아닌가.”(10일 검찰 관계자)

“법원에 인민재판을 요구하나.”(고등법원 부장판사)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부대 관계자 등의 구속영장 기각 문제로 정면충돌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당이 검찰 편을 들면서 갈등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검찰을 압박하던 여당이 이번엔 구속영장 기각 문제로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방향 갖고 영장 기각” vs “서울중앙지검 오버”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은 올 2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오민석(48·사법연수원 26기) 권순호 부장판사(47·26기)와 강부영 판사(43·32기)가 부임한 뒤 구속영장 기각이 많아지자 부글부글 끓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 전체를, 판결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새 영장전담 판사 3명이 주요 사건의 구속영장뿐 아니라 체포, 통신, 계좌추적 영장을 대부분 기각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법원이 올 초까지 국정농단 사건의 회오리 속에서 너무 쉽게 많이 영장을 발부한 게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8일 검찰이 영장전담 판사들을 비판하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문제 제기 방식이나 입장문의 비판 수위가 과도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오버했다”고 얘기하는 검사가 적지 않다.

여당의 시각도 검찰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판사 출신 박범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국가기관이 동원된 조직적인 국기문란 사범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법원이) 작심하고 기각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일명 ‘사이버 외곽팀’의 팀장으로 활동했던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비판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당의 시각에는 사법부의 보수적인 판사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승태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대법원 법원행정처 출신이 많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과 형사합의부의 판단을 양 대법원장 체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여당이 사법부 의도적으로 흔드나”

이에 많은 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12, 13일)를 앞두고 여당이 양 대법원장 체제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진보 성향 판사들 중심으로 사법부를 재편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의 A 판사는 “정치권이나 검찰은 자기네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무조건 흔들고 비판하면서 다 적폐라고 하는데 황당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B 판사는 “정치세력이 적폐로 규정하면 모두 영장을 발부하고 구속하라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한 게 헌법상 영장주의고 죄형법정주의”라고 반박했다. C 판사는 “(박 최고위원이 얘기한) 국가기관이 동원된 조직적 집단적 범죄라는 게 형법에 있나. 개념도 없는 범죄를 가지고 영장을 발부하라는 것은 법원에 인민재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호재·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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