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지만 생명줄은 열어둬… 北 움직일 결정적 한방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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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고강도 대북제재 채택]北 ICBM 2차 도발 8일만에 결의
석탄만 막아도 年 4억달러 타격… 北 노동자 신규 해외송출도 금지
中, 이번엔 ‘행동’ 나설까
제재 리스트에 김정은 포함 불발… 北中접경 은밀한 거래 차단이 관건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8일 만에 유엔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2371호)를 전격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가 그만큼 북의 도발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결의는 북한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철, 납 같은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해외 노동자의 고용을 동결해 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막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생명줄’이자 핵 도발을 막기 위한 핵심 제재 수단인 원유 공급 제한은 중국의 반대로 이번에도 빠져 북한의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北 석탄 수출 ‘전면 금지’

이번 결의에선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 단연 눈에 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은 북이 도발을 이어갈 때마다 제재 카드로 거론됐다. 하지만 중국 등이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3월, 11월 두 차례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서는 민생 목적의 수출은 허용하거나 연간 수출액을 제한하는 ‘부분적 제재’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석탄의 전면 수출 금지로 4억 달러(약 4500억 원)의 수출액 감소가 예상된다. 또 석탄과 함께 철, 철광석, 납, 납광석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도 전면 금지돼 북한의 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품목이었던 북한 수산물을 이번에 유엔 차원에서 전면 수출 금지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혀 북한이 총 10억5000만 달러(약 1조1800억 원)의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약 28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총수출액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북한의 신규 노동자 수출을 금지한 것도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결의(2321호)에서 우려 표명에 그쳤던 것이 이번에 구체적인 액션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러시아 동유럽 중동 등 해외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40여 개국 최소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대북 해법을 놓고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결 양상을 보였지만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로 인해 중국 러시아가 이번 유엔 제재 결의에 동조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외교부는 “이번 안보리 결의는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원유 공급 중단 이번에도 빠진 이유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자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이번에도 결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 파국을 막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결사적으로 반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원유의 90%를 공급하는 중국의 석유 봉쇄는 북-중 관계의 파탄이자 북한에 대한 마지막 레버리지(지렛대)를 놓게 된다는 의미가 있어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당장 북한은 군 장비의 가동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이번 결의가 역대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결정적 한 방’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원유 공급 중단이 없는 대북제재는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제재가 잘 이행돼 수출액이 10억 달러가 줄더라도 북한은 또 그에 맞춰 100일 전투, 200일 전투 하며 주민들을 수탈하면서 버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에도 유엔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는 “김 위원장의 이름을 포함시키면 제재를 하는 입장에서 상징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나중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레버리지를 미리 사용해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유엔의 첫 대북제재 결의 이후 이번에 북한에 대한 8번째 결의가 나오면서 결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결의만으로는 ICBM 완성을 코앞에 둔 김정은의 핵 폭주를 막기 어렵다는 것.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유엔 결의는 사실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북-중 접경에서 제재를 위반한 거래가 이뤄져도 유엔 차원의 실사단을 파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미국이 중국과의 빅딜을 통해 대북 원유를 차단해야 북한이 진짜 압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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