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학교 강탈 행위” 반발… 中3 학부모들 “또 흔들어대나”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경기 이어 서울 폐지 방침에 술렁… 학원가엔 자사고 문의전화 쇄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3일 경기지역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10개교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뒤 후폭풍이 거세다. 도내 해당 학교들은 14일 “학교를 강탈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외고나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둔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도 곤혹스러워했다.

A 자사고 관계자는 이날 “노무현 정부 때 설립 승인을 받아 개교해 10년이 좀 지났는데 현장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고 폐교 운운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용인한국외대부설고는 반경 10km 내에 중학교 1곳이 있을 뿐이다. 만약 일반고로 전환해서 현재 선(先)지원 후(後)추첨의 진학 방식이라면 학생 미달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용인외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일선 학교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데에 당혹스럽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외고나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중3 학부모는 “수능, 내신 절대평가니 하면서 대입 전형을 정하지도 않은 마당에 고교 입시마저 흔들어대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말이냐”며 “기존 제도를 흔들지나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교육감이 무책임하게 던진 한마디가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수목적고 재지정 여부 평가는 안산동산고 2019년, 나머지 9개교는 2020년으로 모두 후임 교육감이 할 일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시내 외고, 자사고, 국제고 30개의 단계적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의 학부모와 학원가도 술렁였다. 강남구 대치동의 수학학원 원장 B 씨는 “오늘 하루 자사고 문제로 문의 전화를 예닐곱 통 받았다”며 “본인들 자식은 다 외고, 자사고 보내 놓고 우리 아이들만 희생양이 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외고와 자사고가 공교육을 파행시켰다며 폐지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 수원의 일반고 교사는 “외고, 자사고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교육에 매달려야 입학이 가능해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했다”며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교육에만 치중해 공교육을 해쳐 온 장본인은 없어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최지선 기자
#특목고#폐지#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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