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자사고-외고 법적 근거 없애는 방안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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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특목고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부에 법 개정을 통한 협조를 요청하는 이유는 자사고 등 학교 형태의 존립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자사고 외고를 2019∼2020년 평가에서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한 방안은 효과가 없다고 본다. 5년마다의 평가는 교육감이 하지만, 이를 통해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다.

또 평가는 기준에 미달한 학교를 거르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일시에 모든 학교를 없앨 수는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처럼 평가로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중 일부만 사라질 것”이라며 “그럼 그런 유형(학교)이 모두 없어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자사고 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이 학교들의 법적 지위를 없애라고 요구하겠다는 것. ‘고등학교의 구분’을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자사고, 자공고)로 규정한 시행령 조항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존립 기반을 없애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취지다.

다만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도 전국적으로 이미 평가를 거쳐 2019년 또는 2020년까지 재지정돼 있는 학교를 당장 일반고로 바꾸는 건 어렵고 지정 시효가 끝난 뒤인 2020∼2021년까지 3∼4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자체적인 권한을 통해 그때까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특권’을 제한하고 무력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이르면 현 중학교 2학년에게 적용되는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의 입학 전형 방법을 추첨제로 전환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안은 입학 전형 승인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방안을 외고에까지 적용할 건지는 고심 중이다. 두 번째 방안은 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를 위한 시행령 개정은 3, 4개월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 이 학교들의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두 가지 방안을 도입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 경쟁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 학교들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먼저 일반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배정되고 남은 일반고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입시가 추첨제로 바뀌면 학생의 수준을 담보할 수 없다. 자사고 등을 완전히 일반고로 전환하기 전 장점까지 없애 생존 기반을 흔들겠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생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부에 방안을 주고 교육부가 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총대를 메 달라는 뜻이다. 교육청이 주도할 경우 자사고 외고 수가 특히 많은 서울은 거센 반발이 예상돼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선거 때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학교 학부모 교육부 반발로 포기했다.

자사고 등은 불만이 많지만 법을 바꿔 일반고로 전환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A자사고 교장은 “정부가 ‘교육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 신청한 건데 법적으로 다 같이 없애겠다고 하면 저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B자사고 교장은 “교육감이 자사고 없앤다고 했을 때는 학부모들이 연합해 농성했는데 지금은 대통령 정책에 대한 찬성 비율이 80% 이상 아니냐”고 했다.

교육부가 자사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적극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보가 17개 시도교육청에 물었더니 부산 광주 강원 충남 전북 경남 등 8곳 이상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새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 “정부의 로드맵이 마련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구 경북 울산 등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우려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외고 자사고를 폐지하면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특정 지역에 쏠리는 문제가 생긴다”며 “교육부가 관여하지 말고 교육청이 지역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도 “고교 평준화를 보완하고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학교를 전국적으로 폐지하는 건 교육 자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 대전=이기진 기자
#서울교육청#특목고#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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