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변, 소신, 진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3시 00분


‘슈퍼 수요일’… 청문회 3장면

《 국회는 이른바 ‘슈퍼 수요일’인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도덕성 및 해당 기관 수장으로서의 역량과 관련된 후보자 3명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다. 》

7일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안착 여부를 가르는 인사청문회가 열려 공직 후보자들이 집중적인 검증을 받았다. 왼쪽부터 
눈을 감고 답변을 준비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징병등급 판정 당시 시력검사 상황을 설명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장승윤 
tomato99@donga.com·김재명 기자
7일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안착 여부를 가르는 인사청문회가 열려 공직 후보자들이 집중적인 검증을 받았다. 왼쪽부터 눈을 감고 답변을 준비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징병등급 판정 당시 시력검사 상황을 설명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장승윤 tomato99@donga.com·김재명 기자

●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5·18민주화항쟁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자 재판을 맡았었다. 평생의 괴로움으로 남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태운 채 버스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사 배모 씨에게 군 판사로서 1심 사형 선고를 내린 데 대해 사과부터 했다. 그러자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사형 판결을 받은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김 후보자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유족들의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며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진정성을 문제 삼는 야당 측의 공세가 이어지자 시간이 지날수록 해명하는 태도로 답변이 흘렀다. 야당 측이 “더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당시 심판부가 4개가 있었고, 나만 독자적으로 선고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또 “당시 사고로 경찰관 4명이 죽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사건의 중대성을 거론했다.

김 후보자는 사형 선고를 받았던 버스 운전사가 199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소득 주도 성장’도 우리 경제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 성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소득 주도 성장이 성장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밝힌 ‘3가지 정책 방향’에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혁신 성장을 담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이에 대해 묻자 “결국 기업이 제대로 일하게끔 하는 터전이 필요하다. 기업 기 살리기, 구조 개혁, 생산력 향상이 같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답변 도중 소득 주도 성장을 ‘소득 중심 성장’이라고 언급하자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선 후보가 이를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요직을 두루 거친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서 소신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분명한 소신을 밝힌 것이 현 정부의 철학과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제가 시진핑 주석이라고 가정하고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부당하다’, ‘하지 말라’는 설득을 해 보시죠.”(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현재 인식의 갭이 큰 상황이다. 이미 대화는 시작됐으나, 보다 더 적극적으로 깊이 있고 폭넓은 대화가 필요할 듯하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7일 강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드 배치와 한미 정상회담, 북한 핵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이해가 충분치 못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시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강 후보자는 “죄송하다. 현황 파악을 못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전통적인 북미통 전략 외교관이 앉아 계셨더라면 훨씬 더 매끄러운 답을 드릴 수 있었겠지만 지도력에서 나오는 질적인 차이는 아니었을 것 같다”며 “이 시점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새로운 역량, 지평, 시각”이라고 맞섰다.

이날 강 후보자는 위장 전입과 세금 탈루 의혹 등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청문회#김이수#김동연#강경화#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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