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폭도 규정’ 따지자… 김이수 “1980년대엔 어쩔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3시 00분


[인사청문회]헌재소장 후보자 ‘과거 판결’ 초점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사형 선고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등 김 후보자의 과거 재판 내용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 5·18 선고 ‘사과→변명’ 논란

김 후보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사형 선고에 대한 사과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자는 5·18 당시 시민군을 태운 채 버스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사 배모 씨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데 대해 “당시 경찰관 4명이 죽고, 4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해당 재판에 참여한 것은 부담으로 생각하지만, 혼자 그 재판을 담당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 4개 심판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토를 달지 말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저도 해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2012년 헌법재판관에 지명돼 인사청문회에 나섰을 때는 왜 직접 사과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제가 한 결정이 하도 오래전이라 배 씨를 뭘로 처벌했는지, 배 씨가 (재심에서) 무죄가 됐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청문회에) 나갔다”고 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제 마음속의 큰 짐이었다”며 직접적 사과 대신 유감만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관련 재판에 참여한 법조인이 헌재소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5·18민주화운동은) 무자비한 탄압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헌법 가치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사형 선고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폭도라고 규정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1980년대에는 도저히 그런 판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 “통진당 강령 문제없어” 소신 피력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것을 두고도 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통진당 강령에 따라 노동자 계급만 권리를 갖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통진당 강령 자체만으로는 헌정질서 위반 요소가 없다”며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정신이 무엇인가, 우리 헌법 정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국회의원 제명이나 형법에 의한 처벌 등 다른 절차에 의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통진당 해산 심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직원법 위헌 판결 등에서 “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특정 판결 때문에 후보자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저를 모욕하는 말”이라고 받아쳤다. 정치적 신념을 묻는 질문에는 “헌법재판관들과 합리적으로 논쟁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것이지 보수와 진보를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 야권, 특정업무경비 자료 제출 요구

야권은 특정업무경비 사용 명세서 자료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헌재소장 후보자였던 이동흡 전 재판관은 특정업무경비 3억여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결국 낙마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특정업무경비는 청렴도와 도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인데 사용 명세를 제출하라고 수일 전부터 요구했지만 제출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헌재 특정업무경비는) 감사원 감사도 쉽지 않고, 사실상 치외법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고, 절대 치외법권이 아니다”라며 8일 청문회에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배우자가 주말농장으로 농지를 매입한 뒤 위탁경영을 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는 “자경(自耕) 의무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 땅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송찬욱·박성진 기자
#인사청문회#김이수#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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