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도 없고, 황교안도 없고… 길잃은 보수 ‘대표주자 깜깜이’

문병기기자 , 신진우기자 , 강경석기자 입력 2017-03-16 03:00수정 2017-03-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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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불출마
黃대행 “국정 안정 소홀히 할 수 없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 자리는 또다시 깜깜이가 됐다.

보수 진영 내 선두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황 권한대행까지 잇달아 출마를 포기한 만큼 당분간 보수 표심은 관망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보수 후보는 난립하는데 눈에 띄는 후보는 없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심화되면서 보수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갈 곳 잃은 보수 진영

이날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7시 임시 국무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당초 총리실은 16일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 투표일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불출마 결단을 내린 황 권한대행이 이를 앞당긴 것이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대선 선거일 지정을 미룬 황 권한대행은 최근 보수 진영과 기독교계의 집요한 출마 권유에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국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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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특례 규정’까지 만들며 황 권한대행 영입을 추진해 오던 자유한국당은 방향타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히든카드’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 전 총리를 두고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에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측이 전날 김 전 총리를 만나 출마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이날 측근들에게 “무기력한 보수의 지금 모습은 안타깝지만 상식적으로 내가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가당치 않다”며 경선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당내에선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반발에도 황 권한대행 특혜 조항을 넣었다가 불출마를 선언하니 바로 규정을 바꿨다.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니 보수 진영이 더 우스워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일단 탄력을 받은 건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그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TK(대구경북)’ 민심을 공략해 보수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홍 지사는 이날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대담에서 “한국도 이제는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며 “한국도 우파 스트롱맨 시대를 열어야 트럼프, 시진핑과 ‘맞짱’을 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야권을 위협할 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김문수 전 비대위원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일부 주자는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선 나경원 의원 등 대중성이 있는 ‘제3 후보’를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을 주장해 온 보수단체들은 더 자포자기하는 모습이다. 당장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한국당의 경선 구도를 관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국당에서 후보를 내면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을 대한민국 수호 세력으로 믿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또 다른 축인 바른정당은 김무성 의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기로 하고 제3지대와의 연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당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를 후보로 내세우면 단일화가 쉽지 않은 만큼 1차 접촉 대상은 국민의당이다. 문제는 바른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모두 미미해 제3지대의 중심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날 지상욱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옮기면서 한국당 내 2차 분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 엇갈린 야권 반응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제 본선은 국민의당 후보와 문 전 대표의 1 대 1 대결이 될 것”이라며 “본선에선 문 전 대표에 대한 피로증과 비교우위론으로 국민의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정권 교체’ 프레임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인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문 전 대표는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일부 중도 및 보수 표가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로 갈 수 있어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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