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사익 추구 안해” 항변… 결백 내세우며 법정다툼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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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난 朴 前대통령]“진실 밝혀질것” 언급 의미는

오후 7시 16분 청와대 밖으로 12일 오후 7시 16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에쿠스 승용차가 
청와대 정문을 막 빠져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 5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예정보다 40여 분 늦게 
출발했다. 차량 뒷좌석에 탄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담담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후 7시 16분 청와대 밖으로 12일 오후 7시 16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에쿠스 승용차가 청와대 정문을 막 빠져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 5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예정보다 40여 분 늦게 출발했다. 차량 뒷좌석에 탄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담담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63년부터 16년, 그리고 2013년부터 4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20년간 청와대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흉탄으로 잃은 뒤, 이번에는 파면 선고를 받고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그런데도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예상 밖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 박 전 대통령, 지지층 결집 호소?

12일 오후 7시 40분경 삼성동 사저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차량에서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외부에 얼굴을 보인 것은 1월 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 이후 46일 만이다.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한 것을 놓고 대선 국면을 앞두고 적극 지지층을 향해 결집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기각을 확신했다”면서 “‘일절 사익 추구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사저 안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발언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기 싸움 차원에서 웃는 얼굴을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정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관저에서 만난 자리에서 “경제나 외교안보, 복지 등의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추진했는데 잘 마무리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맡은 일들을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참모들은 “우리 정부에서 한 일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올 테니 용기를 내시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는 개혁 반대 세력 등이 ‘탄핵 정국’을 추동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인터넷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회 언론 노조 검찰 세력이 대통령을 포위해서 침몰시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들도 분명히 있고 그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 야권 “헌재 결정 불복은 국기 문란”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한 것으로 보고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 문란 사태다”라며 “국정 농단과 헌법 유린으로 훼손된 국격과 상처받은 국민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불행해진 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아직도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도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몰아가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말한) 진실을 밝히는 길은 검찰에 출석해 성실히 수사를 받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이용주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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