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1주일새 10%→19%… ‘중도노선’ 상승세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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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조사, 문재인은 3%P 빠져 29%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일주일 만에 지지율이 약 두 배로 급상승하며 20%에 육박했다.

한국갤럽이 7일부터 9일까지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지사는 19%의 지지를 얻어 일주일 만에 9%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1위인 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29%였다.

안 지사의 상승세는 일차적으로 중도·보수층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념적으로 중도층(12%→25%)과 보수층(6%→17%)에서 지지율이 2배 이상으로 뛰었고 연령별로는 50대(12%→27%)와 60대 이상(4%→13%) 등 중장년층에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50대에서는 전체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합의 존중, 대연정 제안 등을 통한 중도 껴안기 행보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오른 덕도 있다. 안 지사가 광주·전라 지역에서 지난주(9%)의 두 배인 20%까지 급등한 반면 문 전 대표는 31%로 지난주(41%)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안 지사는 지난해 4·13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국민의당 지지층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안 지사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안풍(安風)의 지속 여부는 호남 및 촛불 민심과 직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지사가 기세를 몰아 문 전 대표의 견고한 호남 지지도(31%)를 흔들 경우 추가 상승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지사가 11일부터 1박 2일간 목포와 광주를 방문해 호남 다걸기에 나서는 것도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서울대 박원호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안 지사가 한결같이 중도 노선을 취하며 자기 갈 길을 갔는데 중도·보수층뿐 아니라 야권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같이 오른 게 다소 놀랍다”며 “대선마다 ‘될 사람을 밀자’며 전략투표를 했던 호남에서 안 지사가 균열을 일으키면 접전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지사의 상승세가 한계치에 도달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촛불 정국’의 재점화가 결과적으로 중도·보수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안 지사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성여대 조진만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리한 중도 노선이 과거 전두환 정권에 피해를 입었던 호남 민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안 지사에게 불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겉으로는 안 지사의 상승세에 “결국 하나로 합쳐질 것이기에 반가운 현상”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15일경부터 시작되는 민주당 경선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대비해 조직 정비에 나서는 등 진보 진영 재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는 유선 방식이 많아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에 반응한 보수층의 의중이 강하게 담겼다”고 평가절하한 뒤 “앞으로 서로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치킨게임이 펼쳐지면서 다시 문 전 대표에게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지율로 확인되자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지원사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문인 이종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지사가 대연정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뉴 노무현’을 주창하고 나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더욱 확실한 대항마로 떠오를 경우 김종인 전 대표 등 비문의 안희정 지지 선언이 늘면서 ‘문재인과 비문재인’의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희정#지지율#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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