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추인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6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의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으로 속도가 붙던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 작업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탈당을 압박하는 인 위원장과 버티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 간 ‘치킨게임’은 다음 주 수위를 높여 연장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의 ‘2차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임전국위 소집이 결정된 것은 전날 늦은 저녁이었다. 인 위원장은 탈당 시한으로 정한 6일까지 자진 탈당을 거부한 서, 최 의원 등을 ‘비대위원 선출’ 카드로 최종 압박할 계획이었다.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한 뒤 당 쇄신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출당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상임전국위가 열릴 예정이던 오후 2시부터 1시간 45분가량을 기다렸다. 그러나 정원 51명의 과반인 26명에 2명이 모자라 결국 개회를 포기했다. 친박계인 김진태 백승주 윤재옥 이헌승 의원을 비롯해 인적 쇄신에 반감을 갖고 있는 위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당 안팎에서는 서 의원 등 친박 핵심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인 위원장은 개회 무산 직후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도 “아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방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 의원 등을 정조준했다.
반면 서 의원 측은 “일방적인 인적 쇄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당심(黨心)이 확인됐다”며 “인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인 위원장이 직을 더 수행할 명분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 위원장은 당초 서, 최 의원 등을 향해 “6일까지 탈당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8일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사퇴 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당직자는 “인 위원장이 ‘오히려 인적 청산을 위한 확실한 명분을 얻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 안팎의 여론도 인 위원장에게 유리하다. 이날까지 소속 의원 99명 가운데 유기준 김광림 의원 등 43명이 거취를 인 위원장에게 ‘백지위임’했다. 인 위원장은 다음 주 다시 상임전국위를 열어 외부인사를 포함한 4, 5명의 비대위원을 선임할 계획이다. 상임전국위 무산으로 일단은 건재함을 확인한 서 의원 등이 반격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 의원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인 위원장은 ‘탈당을 강요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정당법 54조를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버티기에 성공한 강성 친박계가 인 위원장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거세게 들고나오게 되면 당 내홍은 수습 불능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친박을 쳐내거나, 아니면 친박을 남겨놓고 다 나가는 쪽으로 선택지가 좁혀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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