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김종인 ‘닮은꼴’
김종인도 구원투수 등판 ‘돌직구 정치’ 친노좌장 이해찬 쳐내며 黨 장악
총선 승리후 정계개편 나선 김종인처럼 인명진도 대선정국 큰 그림 그릴지 주목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이자 20대 국회 최다선인 8선의 서청원 의원과 연일 ‘맞짱’을 뜨고 있다. 친박계 상당수가 줄줄이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백지 위임’하면서 인 위원장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를 비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혈혈단신 민주당에 들어간 김 전 대표도 거침없는 행보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이던 이해찬 의원까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키며 당내 장악력을 높였다. 김 전 대표가 대선 정국을 흔드는 ‘키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처럼 인 위원장도 대선 정국에서 정계개편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 》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서청원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인명진
서 의원은 5일 “죽음(탈당)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한 명뿐”이라며 “(국민이)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싫어해 성직자를 모셨더니 ‘할복’ ‘악성 종양’ 등 막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못 모셔 왔다”고 발끈했다. 이어 “어떻게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해 ‘당신 사표(탈당계) 내면 조금 있다가 돌려주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위장 탈당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인 위원장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새누리당이 정치를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 보니 교회더라.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받아쳤다. 정당은 교회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지는 곳이라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또 “우리 집사람이 ‘당신은 입이 헤픈 게 문제다. 웬만한 사람들에게 대통령감이다, 국회의장감이다 이렇게 덕담을 하면 (그 사람들은) 진담으로 착각해 나중에 안 되면 거짓말쟁이라고 하니 입 좀 다물고 있어라’라고 하더라”며 서 의원과의 ‘밀약설’을 ‘덕담’으로 눙쳤다. 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 위원장이 ‘탈당한 뒤 대선이 끝나면 복당시켜 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 인명진, 김종인 따라하기?
인 위원장의 전세(戰勢) 장악 시도는 김 전 대표의 스타일을 빼닮았다. 김 전 대표 역시 지난해 1월 대표직을 수락하자마자 “친노 패권주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친노계를 정조준했다. 4·13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계가 정체성 시비를 걸자 김 전 대표는 “일관성이 밥 먹여 주는 줄 아느냐”는 등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친노계의 반발을 돌파했다. 이해찬 의원 낙천 파동 때도 이 의원을 두고 “명예롭게 용퇴했으면 좋겠다”고 한 데 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의원이 “정권 교체를 위해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자 “하든 말든 본인의 자유”라며 가볍게 쳐냈다. 김 전 대표는 총선에서 민주당을 제1당에 등극시키며 ‘야권의 구원투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친문계에 밀려났지만 여전히 정치권 새판 짜기의 핵심 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박 진영이 집단 탈당한 직후 친박계에 의해 구원투수로 영입된 인 위원장도 거꾸로 친박 핵심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는 “우리 당의 협력 없이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대선 후보를) 골라 잡을 수 있다”며 친박 인적 청산에 이어 대선 그림까지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 위원장은 당시 기자들에게 “김종인 씨처럼 공천권이 있는 것도, 계파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언급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경력도 관심이다. 김 전 대표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분과위원과 민정당 국회의원 등을 거친 여권 인사 출신으로 야권에 영입됐고, 인 위원장은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두 번이나 투옥된 경험이 있는 운동권 출신 목사로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여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외부 수혈 없이는 자기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국 정당의 후진성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인명진 성공할까
인 위원장이 최다선 의원과의 기 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이미 친박계는 서 의원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 당시 몇몇 친박계 핵심 의원에게 함께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으나 대부분 거절했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그동안 친박계 맏형이나 좌장이라고 한 분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 당을 위해 용퇴를 해 달라”고 가세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의 의정활동을 소개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글만 남겼다. 또 이주영 김정훈 유재중 의원 등 30여 명이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백지 위임한 상태다.
인 위원장은 6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 선임을 밀어붙일 예정이다. 이는 친박 핵심들의 거취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인 위원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향후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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