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박패권 깨고 나온 개혁보수신당, 法治 실현해야 진짜 보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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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어제 탈당해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창당 선언문에서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가치를 목숨처럼 지키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새로운 보수정당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128석에서 99석으로 줄고 더불어민주당(121석)이 제1당이 되면서 26년 만에 국회가 4당 체제로 재편됐다.

  ‘진짜 보수’를 주장하는 신당이 새누리당과 가장 차이를 보인 곳은 법치를 강조한 대목이다. 신당은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 국회의원보다 위에 있는 진정한 민주공화국과 법치국가 실현’을 다짐했다. 영국 보수주의 대표적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가 법치주의를 강조한 이래 서구에서 보수가 법치와 책임정치를 중시해 온 전통과도 맞닿는다.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이 절망한 것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헌법과 법을 무시하고 새누리당을 사당(私黨)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는 총선에서 패하고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당했는데도 한사코 책임지지 않았다. 사정기관이 권력자의 자의(恣意)에 맡겨진 통치수단이 아니고, ‘법대로’만 실현하면 공정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점만 보여줘도 신당 출범은 명분이 선다.

 유승민 의원은 ‘안보는 정통 보수, 경제는 개혁적 보수’라고 신당 노선을 밝혔다. 새누리당과 신당 모두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정부 역할과 기능 강화로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고 강령에 명시한 반면 신당은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경제민주화를 추구한다’고 선언문에 적었다.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트는 정경유착, 법치를 무시한 정실자본주의만 뿌리 뽑아도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선 어제 탈당한 의원들이 당초 의사를 밝힌 35명에 못 미친다며 ‘실패한 탈당’으로 폄훼했다. 그러나 누가 보수의 적통을 이을지는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막지 못했음에도 기득권에 안주해 결국 보수정당이 쪼개지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책임이 있다. 내년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느 당을 택할지 모를 일이다. 일각에선 벌써 ‘보수대통합’ 얘기도 나오지만 신당 출범이 대선용 ‘위장 이혼’이라면 국민은 투표로 응징할 것이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대통령과의 거리가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순 없다. 새누리당과 신당은 보수의 지향점을 놓고 치열하게 정책 경쟁을 벌여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박근혜#새누리당#유승민#최순실#개혁보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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