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로전투’ 내몰린 北어민 “동해는 죽음의 바다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北선박 3척 표류하다 발견돼… 10여명 굶어죽고 7, 8명만 구조
“14, 15명 탄 배에 나만 살았다”

 
무동력 고기잡이 배 등 북한 선박 3척이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군경에 잇달아 발견됐다. 구조된 선원은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가 표류하다 굶어 죽었다”고 진술했다.

 1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경과 해군은 11, 12일 동해상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북한 선박 3척을 구조했다. 2척은 고기잡이 목선(木船)이고 나머지 1척은 예인선에 딸린 보조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들은 모두 엔진이 고장 났거나 동력장치가 없는 배였다고 한다.


 3척의 배에 타고 있던 선원 7, 8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최소 10여 명이 이미 아사(餓死)한 것으로 보인다. 생존 선원들은 길게는 두 달 이상 표류하면서 물과 이렇다 할 식량 없이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는 이들을 합동신문하면서 표류하게 된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귀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일부 선원은 북한 송환을 강력히 요구해 조만간 판문점을 통해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을 요구한 한 선원은 “(내가 탄) 배에 14, 15명이 타고 있었는데 표류 과정에서 다 굶어 죽었다. 갑판 위에 방치됐던 시신들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모두 바다에 빠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식량난에 봉착한 북한 정권이 ‘어로(漁撈) 전투’라는 이름으로 수산물 증산정책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주민들이 낡은 배와 열악한 장비에도 무리하게 출어하며 ‘죽음의 바다’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어로전투#동해#북한주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