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식량난 北주민들, 조업 않는 겨울에도 목숨걸고 동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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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박 3척 동해상서 표류하다 발견

 
그동안 동해나 서해, 일본 해역에서 북한 선박이 발견된 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3척이 거의 동시에 떠내려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정권의 대대적인 수산물 증산 드라이브에 어민들이 ‘죽음의 바다’로 내몰리고 있는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3척의 선박들은 서로 관련성이 없고, 선원들 가운데 가족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늘어나는 ‘유령 선박’

 구조된 북한 선원들은 발견 당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한다. 배의 출항 시기는 9, 10월경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은 선원들은 길게는 두 달가량 떠다니면서 물과 식량 없이 버틴 것이다. 해군과 해경은 이들에게 음식과 옷가지를 지원하며 이틀에 걸쳐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조된 북한 선박은 가을철에 항구를 출발해 제법 먼 바다까지 나왔다가 표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동해상의 북한 어선들은 날씨가 추워지고 파도가 높아지면 좀처럼 멀리까지 조업을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에서 오징어잡이 시기인 여름철(6∼8월)에 북한 어선이 떠내려 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추워진 뒤 발견된 것이 드문 이유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들어 겨울철에도 동해상 울릉도 인근의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덩달아 유령 선박도 자주 목격된다. 이는 동력을 잃고 장기간 표류하는 어선을 말한다. 대부분 장시간 운항이 힘들 정도로 낡은 목선들이다. 게다가 부실한 장비로 조업에 나서다 보니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먼 바다까지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고장 등이 나면서 표류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시기에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살기 위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현실이 동해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 끝없는 ‘어로 전투’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여름 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이다. 올 8월 말과 9월 초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0월 3600t의 식량을 지원했다.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하루 배급한 식량은 380g. 2년 전에 비해 5% 감소했다.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인 600g의 약 63%에 불과하다.

 육지에서 나지 않는 식량을 메우기 위해 북한 당국은 수자원 증산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어로 전투’라는 이름 아래 북한 주민들은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조업 환경에서 바다로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은 27% 늘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북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문제는 갈수록 북한 주민들의 고기잡이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 조업권까지 중국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잇단 핵실험으로 국제 제재에 몰린 상황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해까지 저인망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이 점령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열악한 조업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더욱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식량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바다를 떠도는 북한 주민의 시신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식량난#북한주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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