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 국민이 쌓아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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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0만 5차 촛불 ‘평화 집회’… “다시 모이자” 약속하며 일상으로
외신 “축제같은 시위로 새 장 열어”

 역대 최대 규모의 군중이 대통령 퇴진을 외친 야간 집회였는데도 경찰에 연행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떠난 길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깨끗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뒤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일상에 복귀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계속되며 26일에는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90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구호도 하야(下野)에서 체포, 구속으로 강도가 세졌지만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 등 불상사는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나라 안팎에서 “박근혜 정권이 무너뜨린 국격(國格)을 국민들이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며 극찬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첫눈에 비까지 흩날리는 궂은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 광주 등 각 지역에서도 40만 명(경찰 추산 6만 명)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참가자들은 “강제 수사하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27일 새벽까지 밤샘 집회를 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질서, 비폭력”을 외치며 끝까지 평화 집회를 지켰고,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자발적으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웠다. 5차에 걸친 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U자형의 ‘청와대 인간 띠 잇기’를 실현해 보였다.

 5차 촛불집회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민들이 축제 형태로 평화로운 집회의 새 장(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는 190만 명이 합심해 이해타산에 따라 싸우는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홍정수·이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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