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는 청와대로 향하면 안 된다” 의경출신 서울대생 제안 15일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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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14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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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청와대로 향하면 안 된다”는 의경 출신 서울대 학생의 제안이 반영된 새로운 방식의 집회가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수도권 15개 대학 30여명의 학생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숨은주권찾기 태스크포스(TF)’는 공식페이스북을 통해 “12일 집회는 끝났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15일에도 계속된다”며 오후 7시부터 대학로와 청량리, 신촌·홍대, 강남 등 서울 도심 4곳을 거점으로 권역별 동시다발시위를 진행할 것임을 14일 밝혔다.

이들이 계획한 시위의 특징은 행진의 목적지를 청와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집회 방식이 청와대와 가까운 광장에 모였다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식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광장을 찾아가지 않은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의경 출신 서울대 공대생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자신을 “의경 출신”이라고 밝힌 한 서울대 학생은 지난달 30일 서울대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 민중을 향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시위는 늘 청와대를 향한다. 어느때 부턴가 청와대에 가서 담판을 짓자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됐다”면서 “결국 무기력하게 구호만 외치며 해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경 출신으로 감히 말하건대 시위대는 절대 청와대를 향할 수 없다. 청와대 가도 담판을 지을 수 없다. 시위대 입장에서는 경찰이 막는 데만 급급해 보이겠지만 경찰의 방패너머엔 생각보다 치밀한 것들이 계획돼 있다. 국가의 수장이 머무는 청와대는 우습게 볼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야심한 밤 시위대는 꼭 청와대를 향해야 하는가. 1987년 6월 민중항쟁 당시 서울시내를 거닐던 시위대는 밝은 햇살 아래 움직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하나 둘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거리로 나오지 못한 자들도 창문을 열고 그들에게 환호를 질렀다”며 시위대가 민중으로 들어가야 미온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대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에서는 “도로점거나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들과의 마찰 우려가 있어 경찰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국민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고, 경찰도 불법행위가 없는 평화적인 집회에 대해서 전보다 관대한 상황이라 큰 문제 없을 것”의견 등이 나왔다.

‘숨은주권찾기TF’관계자는 “의경출신 서울대생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집회”라며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권역별로 300명 정도가 참여해 1200명 안팎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경찰과 조율도 마친 상태” 라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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