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하기관을 졸로 보는 금융위·미래부의 작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0시 00분


코멘트
 행정고시 출신의 금융위원회 사무관이 유관 기관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그제 구속 기소됐다. 그 사무관은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준강간한 혐의를 부인하며 9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작년 4월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장급 인사는 산하기관 여직원에게 인사이동 운운하며 성추행을 했다. 금융개혁 주무부처인 금융위와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부 직원들의 ‘갑(甲)질’이 도를 넘어섰다.

 미래부의 한 서기관은 지난달 초 부서 회식비를 산하기관에 떠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모 사무관은 올 6월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의 영어 에세이 숙제를 시키기도 했다. 금융위는 올 초 핀테크 홍보대사가 출연하는 영화 예매권을 사달라고 금융사에 압력을 넣고도 강매나 할당은 없었다고 둘러댔다. 산하기관이나 유관 민간업체들을 ‘졸(卒)’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막나갈 수 있는가.

 그런데도 해당 부처는 일단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뻔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더구나 금융위는 성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조용한 사건 처리를 요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말썽이 일자 보도자료를 내 “사건 경위를 설명 듣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둘러댔다. 금융위는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연인 사이라고 거짓 해명했다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기관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한마디 사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중앙 부처들은 과거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민간기업에 파견 보내거나 외곽 부서로 돌리다가 여론이 잠잠해질 때쯤 조용히 복귀시키곤 했다. 이러니 부처는 산하기관에 계속 갑질을 하고 산하기관은 민간에 갑질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우월의식을 개혁해야만 공무원의 갑질 작태를 근절시킬 수 있다.
#행정고시 출신#금융위원회#여직원 성폭행#미래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