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前 총리, 항소심서 무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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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에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총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 중 이 전 총리와 관련된 부분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남긴 메모와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느냐였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한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해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의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해 이 전 총리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전화인터뷰는 자살을 결심한 성 전 회장의 적극적 요청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언급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금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성 전 회장의 운전사와 수행비서의 진술이 바뀐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능력이 있는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운전사와 수행비서 등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두 손을 모으고 판결 내용을 듣던 이 전 총리는 무죄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법정을 가득 채운 이 전 총리 지지자 50여 명은 선고 직후 "훌륭한 판결"이라며 환호했다. 눈물을 보이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것에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경애의 말씀을 드리며 남은 3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또 "성 전 회장과 친교가 없다"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 앞에서 목숨을 내놓겠다는 과도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을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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