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검사 “7억 스폰? 그런 말 하면 난 한강 뛰어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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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무너지는 법조윤리]김형준 부장검사와 스폰서 동창의 일그러진 우정

김형준 부장검사와 그의 고교 동창인 게임업체 대표 김모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한겨레신문 제공
김형준 부장검사와 그의 고교 동창인 게임업체 대표 김모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한겨레신문 제공
조직에서 ‘잘나가는’ 엘리트 부장검사와 업계에서 ‘돈 좀 벌던’ 게임업체 대표의 어긋난 우정은 고급 유흥업소를 드나들던 둘 사이에 돈이 오가고 서로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형 법조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6일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게임업체 대표 김모 씨(46)를 ‘스폰서’로 인식한 대목이 여러 차례 나온다. 김 부장검사는 서울 B고교 전교 회장이었으며 김 씨는 같은 학교 학급 반장이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만남을 요청한 것은 주로 김 부장검사였다. 그가 퇴근시간 무렵 김 씨에게 “오늘 저녁 피트인 갈 거야? 난 설 전이 좋아”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나 8시 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라고 김 씨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김 부장검사가 “일찍 가서 파트너 골라 둘게”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김 씨는 “내가 다 예약해 놨어”라고 답하는 대목도 나온다.

메시지에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조사 중인 둘 사이에 오고 간 1500만 원이 김 부장검사와 내밀한 관계인 여성에게 흘러간 정황도 들어 있다. 김 씨는 5일 검찰에 체포되자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은 내연녀에게 준 돈이라 변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내연녀라고 언급된 인물은 김 부장검사가 수시로 드나든 주점의 팀장급 여직원 A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카카오톡에서 “A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내게 빌려주는 거로 하고 (A에게 돈을) 보내줘. 개업하면 이자 포함해 갚을게”라며 김 씨에게 돈을 빌렸다. 카카오톡 대화에는 또 김 부장검사가 강남 인근에 오피스텔을 구해 달라고 김 씨에게 수차례 부탁한 대목도 있다. 김 씨는 “내가 여기 가서 계약할까. 아니면 A에게 돈을 보내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현재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들의 대화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 씨에게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 등기 사진을 보내며 “친구. 이번 진경준 검사장 주식 파동 보면서 나도 백부한테 증여받은 농지 문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한 번 검토해서 매각 방안 좀 도와주라”라고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총선 출마에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씨는 서울서부지검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자신을 압박해오자 김 부장검사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면서 확보한 약점을 활용해 김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김 부장검사에게 “내가 그동안 (너한테) 술과 밥을 사면서 스폰한 비용이 7억 원은 된다”고 말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네가 그런 말까지 하면 내가 한강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김 부장검사에게 최소 1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 법조인은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협박에 못 이겨 김 씨에게 빌린 돈 15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4500만 원을 건넸고, 사기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던 그에게 “(검사들과) 식사 자리까지 갖는 등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도 했다.

한편 김 씨는 회사 자금 15억 원을 횡령하고 거래처를 속여 50억 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6일 구속됐다. 법무부는 예금보험공사 파견 상태였던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전보 발령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이르면 7일 김 씨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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