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척결’ 최후 보루가 비리에 흔들… ‘사법 정의’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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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무너지는 법조윤리]
주식대박 검사장-외제차 부장판사에 스폰서 부장검사… 위기의 법조계
수사-기소권 독점한 검찰… 양형 선고 재량권 가진 법원
“과도한 권력, 어쩔줄 모르는 상황” 소명 의식 없을땐 로비에 무방비
재산-주식 내역 등 엄격 체크… 문제인물 걸러낼 人事시스템 필요

‘주식 뇌물’ 현직 검사장과 ‘구명 로비’에 나선 전관 변호사, 고급 외제 차를 뇌물로 건네받은 현직 부장판사….

여기에다 현직 부장검사의 ‘스폰서 비리’까지 최근 법조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비리 척결과 정의 수호의 최후 보루인 법조계는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국민이 가장 믿고 존중하는 분야지만 최근 판사, 검사, 변호사의 비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권위가 땅으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법조 비리가 반복되는 핵심 원인으로 막강한 사법 권력을 꼽는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은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단골 소재다. 한 중견 검사는 “어쩌면 우리는 우리 조직이 들고 있는 과도한 권한을, 우리조차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 온 것 같다”고 탄식했다. 주식 대박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도,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도 진행 중인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이나 향후 관리 차원에서 뇌물을 건네받은 혐의로 문제가 됐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법관이 모인 법원도 마찬가지다. 형사재판에서 구속, 보석, 형량 선고 등 피고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재량이 많은 법관의 업무 특성상 ‘재판부 로비’라는 명목으로 법조 비리가 불거지기 쉬운 구조에 놓여 있다.

법원과 검찰 조직을 떠나도 전관 변호사로 일하며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안팎의 기대감도 법조 비리 반복의 한 요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판검사 출신 변호사 개업 현황 조사 결과 판사 176명, 검사 205명, 군법무관 36명 등 총 417명이 공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5개월간 매달 판사는 6명이 법복을 벗었고, 검사는 7명이 사직한 셈이다. 특히 중견 법관의 보수가 낮은 것은 이들이 사직하고 나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판사 20년 차 기준으로 일본 판사 연봉(1억4782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국 판사의 연봉(6591만 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조계에선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을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전관 변호사의 접촉을 막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소명 의식이 남아 있고, 법관을 그만두고 나간 변호사에게 일반 국민이 특혜 등을 요청하거나 바라지 않아 전관예우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 문화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관 및 검찰의 인사 시스템을 바꿔 비위 법조인을 철저히 걸러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사와 판사 개인의 청렴성을 믿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재산 명세, 주식 보유 현황 등을 수시로 면밀히 조사해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인물을 재임용이나 승진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선후배들에게 부탁해야 하는 법조3륜의 현재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검사는 정년 때까지 공직에서 일하고, 변호사는 처음부터 변호사의 길을 가는 방향으로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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