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피’, ‘회사찬탈’ 명분 뒤엔 결국 ‘쩐의 전쟁’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9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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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으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 간에 ‘노예 계약’, ‘경영권 찬탈’, ‘표절 시비’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갈등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결국 ‘돈’, 보상 문제가 문제의 씨앗이 된 것으로 보인다.

● 하이브-민희진 갈등 원인은 ‘보상 문제’

29일 엔터테인먼트와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민 대표는 지난달까지 대리인을 통해 주주간 재계약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브는 김앤장, 민 대표는 세종을 선임해 협상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어도어의 지분 가치 산정을 두고 양측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는 지난해 3월 어도어 지분 20%를 약 35억 원에 민 대표 측에 양도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민 대표는 2% 지분을 어도어 직원들에게 배분하면서 지분율이 18%로 줄었다. 매매 계약 때만 해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민 대표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등 협력 관계가 유지됐다.

하지만 민 대표가 지난해 12월 어도어 지분 처분과 관련한 주주간 계약 개정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계약서상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13.5%를 풋백옵션을 통해 하이브에 넘길 수 있었는데, 이때 어도어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기준을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초 계약은 영업이익의 13배가 기업 가치 책정 기준이었지만, 이를 영업이익의 30배로 바꿔 달라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요구대로 개정될 경우 1000억 원 안팎이던 민 대표의 지분 가치는 2700억 원가량으로 불어나게 된다.

민 대표는 또 남은 4.5%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반드시 하이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도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창업할 수 없는 ‘경업(競業)금지’ 조항을 근거로 노예계약과 다름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4.5% 지분 처분에 대해서는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하도록 개정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기업 가치 책정 기준 상향에 대한 요구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 민희진, 어도어 이사회 소집 불응
이달 초 민 대표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사이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내부 고발에 나섰고, 이후 양측의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이브는 22일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을 확보했다면서 자체 감사에 돌입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이에 민 대표는 즉각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날 하이브에서 요청한 어도어의 이사회 개최가 무산되면서 양측의 공방은 법정 분쟁으로 까지 번지게 됐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에 오는 30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민 대표는 거절했다. 이사회를 통해 민 대표 해임안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25일 어도어 이사회 무산에 대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접수한 상태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르면 6월 말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달 간 양측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 대표 측도 하이브와 관련한 폭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쟁을 통해 하이브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양측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하이브의 주가는 10% 넘게 빠졌다. 다만 29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4% 오른 2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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