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땐 “친박” 그렇게 외치더니… TK 의원들 ‘사드 배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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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성주 배치 확정]

정부가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집단 반발했다. 성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을 포함해 TK 의원 21명은 이날 반대 성명을 냈다. 여기에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을 비롯해 조원진 곽상도 정종섭 의원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배치 장소가 왜 하필 TK냐는 것이다. 최 의원은 8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TK 민심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가 TK에 배치되면 민심이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고 지역 언론에 공개했다. 최 의원은 “7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도 했다.

현재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과 전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8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TK 주민들이) ‘TK에 신공항은 안 주고 사드를 주느냐’고 매우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TK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한 셈이다. 이에 앞서 조원진 의원은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박근혜 정부의 큰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지역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전형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에 정치권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4·13총선 당시 진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일부 TK 의원이 이제 와서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 의원은 총선 당시 진박 후보들을 지원하며 “(TK 의원 중)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만 건 이들은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보위원장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실력을 잘 아는 만큼 사드 배치는 당연하다”며 “다만 지역민들이 반발하니 선물을 하나 달라는 거다. 그래야 지역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TK 의원 가운데 반발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의원은 새누리당 유승민 백승주 추경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 4명뿐이다. 백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추 의원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김 의원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유 의원은 TK 배치가 확정되자 “그 지역이 TK든, 어디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이 사드 후보지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반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유 의원은 정부를 지원하는 모양새다.

2008년부터 사드 배치를 주장해온 유 의원은 이달 초 “(TK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수도권 방어가 안 된다. 수도권을 포기하는 것은 제 논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며 TK 지역 배치에 반대했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대구공항 이전이란 ‘선물’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중진 의원은 “사전에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린 뒤 부지를 선정했어야 한다”며 “매번 혼란과 갈등이 불거진 뒤 뒷북을 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
#친박#tk#새누리#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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