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만 남은 ‘108兆세금풍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소득세 감면 年20조원]
단기부양책 효과로 稅수입 증가… 민간소비 증가율 올들어 꺾여
구조조정-브렉시트 악재도 여전… 하반기 세수 작년보다 5兆 줄듯

국회에서 잇따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식 세금 감면 법안이 발의되는 배경에 대해서는 올 들어 유난히 세금이 잘 걷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세수(稅收) 풍년’은 정부의 단기 부양책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올 하반기(7∼12월)부터 세금 징수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올 1∼5월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108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9000억 원 늘었다. 세금이 이처럼 많이 걷힌 이유로는 정부가 지난해 펼친 각종 단기부양 정책이 꼽힌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소비가 크게 줄어들자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시행 등 각종 소비 진작책을 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10∼12월) 민간소비 증가율(3.3%)은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2011년 2분기(4∼6월·3.7%)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양도소득세 등의 증가를 가져왔다. 여기에 기업들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서면서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12월 결산법인 기준)은 전년대비 14.2% 증가했다.

문제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소비 침체로 인해 부가가치세 세수 전망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2.2%로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꺾였다.

여기에다 기업들에도 조선, 해운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불확실성 확대가 악재로 다가왔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6월부터 세수가 주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거래량, 주식 거래대금 감소 등 여러 지표를 보면 상반기 세수 호조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올 6월부터 연말까지 7개월 동안의 세수가 지난해보다 5조 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계획에서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1조2000억 원)과 올해 초과 징수액을 10조 원 규모의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과 징수액이 8조8000억∼9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망한 올해 세수(213조 원)를 감안하면 올해 실제 걷힐 세금은 약 222조 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5월 말까지 들어온 세금을 빼면 하반기에 거둬들일 세금은 113조 원 안팎이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 정부가 거둔 세금(118조2000억 원)보다 5조 원가량 적은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는 전제로 재정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상황에 대해 “일시적 재정수입 증가를 잘못 해석해 나라살림을 운용하면 구조적 재정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내외 충격에 대비한 재정 건전성 유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세금#국회#포퓰리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