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자신의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막론하고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38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2004년 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헌법 개정 없이 전체 국회의 이전이 불가능해 이런 법안이 나온 것이다. 지역 의원들의 이해가 걸린 데다 내년 대선의 충청 표심을 요동치게 만들 사안이라 벌써 반향이 심상치 않다.
국회 분원이 거론되는 것은 세종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국회 일로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비효율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원 설치 비용만 토지 대금을 빼고도 1000억 원 넘게 소요되고 운영비는 또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 대선 표심을 노린 수도 이전 공약이 비효율의 세종시를 낳고, 세종시는 다시 고비용의 국회 분원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봐 걱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수도 충청권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자신의 말처럼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가 퇴짜를 놓은 수도 이전을 행정도시 세종시로 일부 되살려 2012년 대선에서 역시 재미를 봤다.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영남권 신공항’ 국책사업이 두 번째로 무산된 것이 엊그제다. 그 와중에 일부 의원들이 ‘세종시 국회 분원 건설’ 법안을 발의한 것은 아직도 국책사업의 ‘재미’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충청권은 내년 대선의 승부처다. 새누리당은 충청권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보 영입을 모색하고 있고, 더민주당으로 돌아갈 이 의원은 국회 분원 추진의 맞불을 놓은 셈이다. 충청 출신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긍정적인 자세다. 일부 여야 의원들의 맞장구에 국책사업 공약의 ‘마술’이 다시 유권자들의 혼을 빼놓을지 모른다.
분원을 설치할 바에야 차라리 수도를 이전해 입법부와 행정부를 한데 모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을 고친 뒤에나 가능하다. 국회는 장관의 보고나 국정감사 등의 업무를 화상회의로 대신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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