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김해공항 확장 어려워 시작한 일” vs “경제성 불투명한 신공항 취소돼 다행”

  • 동아일보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전문가-항공업계 엇갈린 의견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한 데 대해 항공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번 사안이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가 돼버린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부 발표 직후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학계와 항공업계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사실 김해공항 확장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밀양과 가덕도의 입지는 5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현재 김해공항 수요는 대부분 수익이 크지 않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라며 “인근에 신공항을 세운다고 해도 수익이 큰 수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11개 공항에서 적자가 나고 있다”며 “이들 공항도 처음에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지었지만 막상 지어놓은 뒤에는 항공사들이 취항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애초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사 관계자는 “신공항이 영남권에 있는 다른 공항의 기능을 모두 흡수하지 않는 한 수익이 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해답이 없는 결론이 나왔다”며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종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고문은 “정북(正北) 방향인 현재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40도를 틀어 추가로 활주로를 건설하면 산을 피해 가서 안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남동쪽으로 착륙하는 것은 역시 장애물이 걸려 이착륙 횟수가 제한되고 그러면 목표로 한 수용 능력을 채울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안대로라면 비행기가 김해 시내를 가로질러야 해서 소음 피해가 훨씬 늘어나고 이미 부산과 김해는 이번 결정을 반영하지 못한 채 도시 계획이 진행 중인데 그 많은 민원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와 항공업계는 공통적으로 신공항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가 돼 경제적·기술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유광의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사안이 정치이슈화되면서 경제적·기술적 측면이 부각되지 못했다”며 “국가기관 건설이 정치적 주장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박은서 기자
#신공항#김해공항#항공업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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