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법 논란에… 정의화 “국감 폐지하면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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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출신 ‘진박’ 정종섭 “무제한 청문회 위헌… 의회독재”
우상호 “행정마비 주장 이해 안돼”

정진석, 연일 “거부권 금기시 말아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모임 면담에 앞서 김광림 정책위의장(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성동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진석, 연일 “거부권 금기시 말아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모임 면담에 앞서 김광림 정책위의장(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성동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진박’(진짜 친박근혜)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정종섭 당선자가 박 대통령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트려는 여당과 막으려는 야당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 “행정부 권한 침해” “행정부 견제 강화해야”

정 당선자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먼저 “심각한 위헌성이 있는데 정치권이 인식하지 못하고 정쟁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헌법학회장, 서울대 법대 학장 등을 지낸 정 당선자는 헌법학계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동갑)에서 당선돼 ‘핵심 진박’으로 분류된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에 따른) 조사청문회는 외교·통일·국방, 헌법재판, 수사재판, 선거관리 등 국정 전 분야에 대해 대상과 범위가 무제한성을 갖고 있다”며 “결국 의회독재, 국회독재를 가져올 위험성이 대단히 높아 위헌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국가정책의 대외비 단계나 정책수립 단계까지 조사할 수 있게 돼 행정부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그대로 시행되면 20대 국회 시작부터 위헌성 문제로 파행으로 갈 게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정 당선자가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상시 청문회법의 위헌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거부권 행사를 놓고 고민하는 박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정 당선자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문회의 범위를 좀 더 확대했을 뿐인데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대해진 행정부가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국회의 청문회를 폭넓게 인정하는 게 선진국의 추세”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청문회 개최의 결정 주체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로 바뀐 것이 핵심으로, 국회의 의사결정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며 “여야 간 합의 과정을 통해 청문회 대상이 되기에 부적절한 사안은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 “거부권은 대통령 권한” “갈등 유발자 돼선 안 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일부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과 정부 영역”이라며 “그 자체를 터부(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거부권은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라며 “야당에서는 ‘거부권 행사는 협치(協治)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당론은 (국회법 개정안의) 폐기”라고 말했다.

상시 청문회법을 대표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정의화 국회의장은 즉각 반박했다.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마주친 자리에서 정 의장은 “(상임위 청문회는) 정책 청문회라 현안이 있으면 분석하고 따지고 바로잡아 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걸 가지고 거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슬픈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이것(청문회)을 활성화하면서 국정감사를 국조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빼서 국감을 안 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감 폐지론’을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주요 현안에 대해 정책 청문회를 한다는데, 그것을 행정 마비라고 하는 발상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갈등 유발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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